열악한 주거환경을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개선한다는 장밋빛 꿈으로 시작된 전주지역 재개발 사업.
3년 전 시작단계부터 관련법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불거진 주민간 불협화음과 사업수행방식에 대한 불만 등 여러 가지 문제점과 갈등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비오는 날이면 지붕에서 새는 빗물 때문에 양동이를 받쳐야 하는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십 수 년을 보내야 했던 주민들은 산뜻하고 깨끗한 새집으로 이사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단 하루만이라도 깨끗하고 그럴싸한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주민들의 꿈은 이루어질까.
전주지역 재개발사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전주지역의 마지막 노른자위로 거론되고 있는 전주 감나무골 재개발 구역을 찾아가 봤다. /편집자

▲경기하락으로 위기맞고 있는 재개발 사업=지난 2006년 전주시로부터 16개 구역이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법적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재개발조합이 설립된 구역은 2곳에 불과하며 정비구역 지정을 받은 곳도 4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구역은 도시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수립에서 조합청산까지 총 12단계를 거쳐야하는 재개발 사업의 1단계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것.
이처럼 사업이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구역에서 비대위가 설립돼 집행부와 딴 목소리를 내고 있고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생긴 불만으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주민들간 갈등마저 일고 있어 사업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조합이 설립돼 다른 곳보다 비교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구역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도내 부동산 경기가 바닥세를 면치 못하면서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는 수도권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일부 구역에서는 시공사로 선정했던 건설사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조합을 설립하고도 시공사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조합 운영비마저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이면서 그동안 쏟아 부었던 천신만고의 노력이 허사에 그칠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마지막 노른자위로 평가되고 있는 감나무골=전주 이마트와 롯데백화점 등 중심상권과 대단위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다 아파트 브랜드 네임 전국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물산을 공동 시행자로 선정해 사업성공이 눈앞에 보였던 감나무골도 사업추진과정이 순탄하지만은 못했다.
오히려 사업초기부터 인감도용으로 인한 고소고발과 집행부에 불만을 품은 비대위의 활동으로 다른 곳보다 더욱 힘들 것으로 보여왔다.
또 사업지 포함을 희망하던 인근 전룡리 주민들과의 불화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져 사업자체가 좌초위기에 여러번 놓여왔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정비구역 지정조차 받지 못하는 등 3년동안 수억 억 원의 운영비와 기초설계비만 낭비한 게 아니냐는 실망감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갈등과 번목을 계속해 왔던 주민들 간의 불화가 올해 들어 화합과 이해로 순화되면서 사업추진도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물산이라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와 함께 한다는 이점 때문에 추진위원회 운영비는 물론 기초 설계비용까지 부담이 없어 다른 곳을 부러움마저 사고 있다.
현재는 정비구역 지정을 받기 위해 정비구역계획을 전주시에 접수한 상태.
올 연말까지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이후 사업승인을 인가받을 계획이며 오는 2012년 본격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총 3단지로 구분된 이곳에는 삼성 레미안 아파트 1853세대가 건립돼 전주의 강남이라는 닉네임이 무색치 않을 전망이다.

▲이준봉 추진위원장="사실 처음 재개발을 추진하고자 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주민들이 많지 않은데다 주민들간 갈등이 많아 고생도 많았지만 이제 험난한 고비는 넘긴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합니다.
이준봉(70.사진) 추진위원장은 “어려울수록 주민들과 직접만나 대화를 하면 문제가 쉽게 풀린다”며 “추진위원회 승인이후 법 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공사 선정과정이 숨 가쁘게 진행되다 보니 미숙한 부분이 많아 일부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동네 재개발 사업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고 대화의 장은 항상 열려있다”며 각종 의혹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요구했다.
▲송규석 총무=“재개발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전주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라는 곳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송규석 총무(52·사진)는 몇 대째 감나무골에서 살고 있는 원조 주민으로 추진위원회의 안살림을 맡고 있다.
작년까지 전룡리 주민들과 기존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마음고생이 많았다는 송 총무는 투명한 집행부 운영으로 재개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이종호기자·leejh7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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