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사진 한 장에는 추억과 역사가 있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이지만 그 때가 그립고 아름다운 향수가 느껴진다. 이처럼 사진 한 장에는 인생의 기록이 되기도 하고 역사의 그릇이 된다.

가을 햇살과 닮은 특별한 전시회가 도청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예수병원이 개원 111주년을 기념해 포토에세이 특별전시회가 지난 1일 개막돼 오는 18일까지 개최된다. 과거 예수병원에서 봉사했던 선교사들이 촬영한 다양한 사진을 모아 이야기가 담긴 특별전으로 마련되고 있는 이번 전시는 한국전쟁 직후의 희귀한 컬러 사진과 당시의 풍경 등이 오롯이 존재하고 있다.

희망, 풍경, 사람, 예술병원 역사를 테마별로 나누어 총 42점이 전시되며 사진과 함께 잔잔한 여운이 남는 에세이를 곁들여 흥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관람객들은 한국전쟁을 전후한 절망의 상황에서 희망 하나로 맞서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한 선교사들의 따스한 시선과 사랑의 수고를 읽을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사진을 제공한 부마리아 간호사는 1948년부터 1952년까지 예수병원에서 간호사로 봉사하면서 한국전쟁 고아를 위한 탁아소를 세우고 뜨거운 모성으로 이 땅의 미래인 아이들을 돌보았던 장본인이다, 당시 25세에 예수병원에 온 그녀는 1910년에 한국에 와서 봉사한 탈마지 선교사의 막내딸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국에서 봉사하던 그녀는 한국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예수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미국 종군기자 부례문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부마리아여사는 85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말리의 불쌍한 고아들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할 털실 인형을 직접 만들고 후원금을 모집할 정도로 국경을 초월한 사랑과 열정에 노력하고 있다.

사진 한 장에 주는 훈훈한 감동에 전시장에서 그대로 부활되는 전시회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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