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을 한눈 팔지 않고 '우리 것'을 지켜온 명인들의 외길인생은 물질이 앞서는 시대, 귀중한 정신적 자산도 된다.

척박한 시절, 배고픔을 견디기 위해, 또는 숙명처럼 찾아온 예인이란 단어앞에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른 명인들의 삶과 예혼에는 남다른 가치가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명인 또는 인간문화재라는 수식어로 우리는 존경을 표한다.

국립민속국악원(원장 이영우)가 9월 기획공연으로 마련한 '명인, 명무와 함께 거닐다'는 50여년이 넘게 우리 문화에 천착해온 명인들에게 바치는 헌정의 무대이자 그의 진솔한 예술세계를 통해 이 땅에 전통문화가 무엇인지 되묻는 자리다. 9월의 초대 손님은 경북도무형문화재 제 34호 판소리 흥보가 보유자인 정순임명창과 전북도지정 무형문화재 제 7-2호 유지화명인이다.

정순임명창은 어머니 장월중선명인은 물론 대대로 전통문화에 심취한 집에서 태어난 탯줄부터 우리 음악과 교분을 맺은 명인으로 1956년 임춘앵 여성국극단원을 시작으로 이제 50년이 넘는 세월의 판소리와 함께했다. 지난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 판소리 명가로 지정되기도 한 정명창은 현재 부산대와 경북대에서 후학을 지도하며 명창의 면모를 다지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동편제 박녹주 바디 흥보가를 들고 나온다, 동편제 박녹주바디는 흥부가 특유의 독특한 음색에 경상도 억양과 말씨로 엮어져 있는 소리로 무대를 올린다,

또 유지화명인은 1953년 전북여성농악단에 입단한 후 상쇠잡이로 화려한 춤사위와 유명인만의 특유의 가락으로 호남농악의 중심부에 서있다. 두리미 깃털로 부포상모를 나들어 좌우, 상하로 움직이는 그의 부포놀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예술적 경지를 이룬다, 특히 자신만의 가진 기예는 관람객들로부터 절로 흥이 나게 하고, 맺어 푸는 쇠가락과 부포짓이 조화를 이루면 ??얼씨구??란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이번 무대에서도 유지화 특유의 부포놀이로 관객을 맞는다. 현재 호남우도 정읍농악 보존회장으로 활동하며 대불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 출강하며 후학지도와 무대연희를 병행하고 있는 그의 춤사위와 가락을 멋들어지게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국립민속국악원 장악과 정수임씨는 "지역민들의 쉽게 접하지 못하는 명인, 명무를 초청해 이 시대 전통의 맥을 지키고 이어온 예술적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며 "평생토록 지켜온 생애와 예술세계는 오늘날에도 귀감이 될 것"이라고 공연의미를 설명했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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