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찰나를 간과하지 않는 크로키는 짧은 시간에 대상물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포착하는 장르다. 이제는 크로키는 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미술가들에게 애호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누드크로키는 인체의 포인트를 작품으로 이입하면서 순간의 미학을 가장 극명하게 반영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도내 대표적 누드크로키 모임인 전북 누드크로키전이 공개누드크로키와 함께 열린다. 전북누드작가회는 오는 11일부터 30일까지 임실군 운암면 소재 오스하우스 갤러리에서 제 13회 전북누드크로키 및 공개누드크로키를 개최한다.

특히 보고 스쳐 지나가는 전시에서 벗어나 작가와 일반대중들이 함께 보고, 느끼고, 참여하는 문화행사를 지향한 이번 전시는 특별히 야외 잔디밭에서 이우러지는 전시와 함께 가수 이광조를 초청해 음악회를 곁들여 작가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자리로 이어진다.

더욱이 도내 작가뿐 아니라 전국 크로키 전공자 40여명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화가, 서양화가 등 전공분야에 구애받지 않는 작가들이 자유로운 영혼을 표출하게 된다.

그동안 공개 누드크로키와 퍼포먼스, 세미나 등을 통해 누드크로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온 전북누드작가회는 1996년 창립돼 올해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정기전을 열어 이 분야에 대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단체다.

참여작가는 강경순, 강명심, 강정옥, 고정순, 권숙정, 김동화, 김미경, 김미화, 김분임, 김수정, 김순임, 김영남, 김영주, 김용섭, 김용호, 김은희, 김형미, 김화영, 노선옥, 류인하, 박경희, 박다현, 박상규씨 등이다. 도내 대표적 전공작가와 함께 다양한 장르의 전공자들이 누드 크로키란 공통분모에 붓과 연필 등으로 소재로 인체에 대한 다양한 탐구의식을 반영했다.

강경순씨는 기존의 크로키 개념을 확장시켜 전체 화폭에 인체를 채색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며, 조희성씨는 문인화를 연상케 하는 글과 그림으로 누드크로키의 새로운 작품성을 선보여 주목을 끈다.

인간의 순수함을 표현하는 크로키는 성숙하고 무르익은 내면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분야로 어려운 창작여건 속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회인 만큼 전공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도 모아내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찰나를 반영한 작품세계는 크로키에 대한 의미를 한층 강화시킨 전시회로 평가된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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