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큰 스님으로 추앙받았던 박한영스님에게 후학들이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다. 완주출신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에서 우리 불교계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으로 일관했던 석전 박한영(1870-1948)스님. 선승으로 학계와 불교계에 두루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 박한영스님이다.

종교가이면서도 유ㆍ불ㆍ선에 온몸을 던졌던 박한영은 숱한 제자를 길러낸 교육자이자 항일운동가로 활동하면서도 1919년 한성임시정부 발족에 참여했고, 일제가 우리 불교를 일본화하려는 것을 온몸을 저지한 장본인이다.

특히 1932-1938년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 교장으로 재직했으며, 해방 후에는 지금의 조계종 종정 격인 조선불교 중앙총무원회의 제1대 교정이 되면서 여명기 한국불교를 지켜온 인물이기도 하다.

더욱이 고창출신의 미당 서정주(1915-2000)와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석전은 서울중앙고보와 고창고보에서 퇴학당하고 방황하던 미당을 중앙불교전문학교 제자로 받아들였고, 미당은 석전을 '나의 뼈와 살을 데워준 스승?'라고 존경하며 따랐다.

또한 박한영스님이 남긴 한시 3천여수 중 최남선이 420여편을 골라 묶은 '석전시초'의 일부를 미당이 직접 한글로 번역해 간직했던 원고가 2006년 공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이와함께 박한영스님은 전북출신의 이병기와 신석정은 물론, 정인보, 최남선, 이광수, 홍명희, 조지훈 등 많은 재가 불자 문인들의 스승이었으며 만해 한용운 등도 그를 사형으로 모셨다. 그만큼 석전스님은 불교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 당대 최고의 학자였다.

그가 열반한지 올해 61주기. 열반 61주기를 맞은 석전 박한영을 재조명하는 학술세미나가 '석전 영호 대종사의 생애와 사상'이란 주제로 오는 20일 오전 10시 전북 고창 선운사에서 개최된다.

박한영스님은 전주 위봉사 말사인 태조암으로 출가해 백양사, 선암사 등을 거쳤고, 추사 김정희가 하사해 선운사 백파 문중에 내려오던 호인 석전을 물려받아 선운사와 인연을 맺었다. 금봉스님, 진응스님과 함께 근대 한국불교의 3대 강백으로 불린 박한영스님은 서울 개운사 대원암에서도 약 20년간 지내면서 많은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노권용 원광대 교수와 효탄스님, 오경후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상일 동국대 교수, 김호귀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각각 주제발표자로 나선다.

한편 고창 선운사는 세미나와 함께 19일부터 11월22일까지 제 2회 선운문화제를 열어 석전스님의 유묵과 '석전시초?'육필원고, 편지, 엽서 등 50여점을 전시하고 음악회와 전통차 시음행사 등을 개최한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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