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공교육 차원으로 오면 의외로 감각이 무뎌진다. 지역사회의 교육수준이라든가 대학의 경쟁력 등에는 의외로 관심을 쓰지 않는다. 능력만 닿는다면 수도권이나 외국으로 학교를 보내면 그만이지 하는 의식들이 널리 퍼져있는 듯하다.
전북 교육의 오늘을 알 수 있는 두 사례를 보자.
얼마 전 발표된 전국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전북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9개 도 가운데 9위를 한 것이다. 지역사회로서는 충격을 받을만 했다. 전북보다 도세가 약한 강원이 1위를 했고 제주도가 8위였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부문별로는 사교육비 절감과 교육과정 내실화 등에서는 최하위를 나머지에서도 골고루 하위권을 차지했다.
전국적 교육현안 문제로 떠오른 국립대 통합 문제도 전북은 무풍지대다. 1도 1국립대학의 원칙 아래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 구조개혁 추진안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는 마당에 좁은 지역사회 내에 3개 이상의 국립대학이 살아남을 길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설혹 살아남는다 해도 군소 대학으로 전락해 명 잇기에 급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타 시도에서는 이 화두를 놓고 불이 붙었다. 부산, 충남, 강원, 경남 등 각지에서는 총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여론도 대학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워낙 교육부 시한이 촉박해 당장 성과는 못 내지만 통합자체에는 공감하고 다만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가자는 것이 대세인 모양이다.
하지만 도내 대학들은 냉랭하다. 적대적 분위기까지 감돈다. 연합대학이니 뭐니 하는 데 대해 결국 큰 대학이 작은 대학을 삼키는 것이며 지역특성이나 교육 전문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팽개쳐 버렸다.
물론 정부가 주도하는 이 정책들이 절대 선은 아니다.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듯이 일방적이고 밀어붙이기 식의 정부 정책 강요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또 획일적 잣대로 교육을 재단하는 것도 적잖은 반발을 살만하다.
그렇지만 정부 정책은 큰 줄기에서는 옳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경제적 낙후가 멍에인 전북으로 시야를 좁히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교육은 미래를 여는 힘이다. 비록 지금 당장은 팍팍하더라도 교육이 잘 나가면 희망의 끈은 놓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북의 현실은 희망보다는 암울함이 더하다. 초중고 학력은 늘 바닥이다. 또 대학들 역시 전국적 명문대로의 도약은 기대난이다. 우수한 학생들은 앞다퉈 서울이나 외국으로 향한다. 지역사회 장래가 걸린 교육의 현 주소가 이 모양이니 지역분위기가 침체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분위기는 최근 모 단체에서 행한 도민 의식조사에서도 잘 드러났다. 도민들 가운데 47%가 고향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정도라면 지역의 앞날은 캄캄할 수밖에 없다.
결론은 이렇다. 교육이 변해야 전북이 산다. 전북은 직금부터 경제발전 이상으로 교육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초중고 교육을 맡는 교육청의 수술이 필요하다.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씻을 각오가 새로운지 묻고 싶다. 수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거듭 나야 한다. 국립대학들도 분발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다 보면 코 앞 밖에 못 본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변화는 '쇼크'다. 이 변화를 따르지 않으면 '적응파탄'을 감수해야 한다.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라고 앨빈 토플러는 말했다. 이 변화의 패턴과 방향을 짚고 선도하는 것은 대학이다. 제대로 된 지역대학으로의 웅비를 위해 살신성인의 심경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