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능올림픽대회 우승과 제언

대한민국학술원 사무국장 김은섭

지난 9월7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막을 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리나라는 16번째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우리나라는 40개 직종 45명의 선수가 출전, 금 13개, 은 5개, 동 5개, 우수상 12개를 획득하여 금메달 7개와 6개를 딴 스위스와 일본을 뒤로하고 1위에 올랐다. 전북 출신으로는 정읍학산고등학교(이사장 김수엽, 학교장 하정수)의 졸업생인 신나리(크론베르그과자점)양이 제과제빵 부문에서 동메달, 김제덕암정보고등학교(이사장 유홍렬, 교장 최공술)의 졸업생인 박하늘(B&B 헤어샵)양이 헤어디자인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번 우승은 우리나라가 1967년 처음으로 제16회 스페인 마드리드 대회에 참가한 이래, 총 25번 출전하여 16번째 얻은 금자탑이다. 특히 1977년 이후부터는 두 번(1993년 1위 대만, 2005년 1위 스위스)을 제외하고는 줄곧 1위를 고수하여 왔다. 이렇게 우리의 기술·기능인들은 “기술·기능강국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떨치면서 산업역군으로서 철강·조선·자동차·기계 등 제조업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브랜드를 창출하였으며, 세계 10대 수출국과 경제대국을 이룩하는 밑바탕이 되었고, IMF환란과 세계적 금융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탈출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이며, 자랑스러운 우리의 기술·기능인들인가?
그러나 이 위대한 위업의 뒤편에서 이들은, 한 때 메달을 목에 걸고 김포공항에서부터 서울 도심까지 수많은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던 시절을 기억 속에 묻고, 학교 내의 실습장과 산업현장에서 먼지와 소음, 기름과 땀이 뒤범벅이 된 채, 고독과 싸우면서 기량을 갈고 닦았으며,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혼신을 다했다. 여기에 이들을 위해 감히 몇 자 더하고자 한다.
우선, 보다 적극적인 전문계고 학생지원정책을 권고한다. 전문계고(학과)에 입학하는 학생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학비 걱정을 놓고 기능습득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문계고 학비전액면제 제도"와 나아가 실습비, 기숙사비 등을 지원하는 “학생생활지원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전문계고는 “종국교육으로서 산업현장에 나갈 것에 대비하는 직업교육이다”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전문기능을 습득한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여 이론과 접목시킬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따라서 배움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마련한다. 전문계고 학생들의 대학진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2005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직업탐구능력”을 신설한 바 있다. 그리고 전문계고 학생들을 기업가로 육성하는 교육과정을 도입한다. 학생을 직업정신이 투철한 장인(匠人), 프로패셔날로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더하여 이들에게 모험에 도전하는 기업가(家)정신을 함양시키고, 회사의 설립·운영·비즈니스에 대한 교육을 시켜 장래의 기업가의 꿈을 키우게 한다. 그리고 국가차원에서는 창업기금 또는 창업은행 등을 설립하여 지원하는 제도를 만든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에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은 어떠한 경제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수하고 있다는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편견의 덫에서 벗어나게 하자.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잔존하고 있는 직업에 대한 차별의식을 일소하는 캠페인을 전개하자. 우리 기술·기능인들이 세계를 상대로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제조업 강국으로 키운 반면, 소위 두뇌집단이 몰려 있는 교육·의료·법률 등의 분야에서는 시장 개방조차 꺼리고, 금융분야는 이미 우리에게 IMF사태와 세계적 금융위기를 안기어 얼마나 많은 국부(國富)를 축내었는가? 이러한 경험과 현상에 비추어 보면 우리 기술·기능인들을 블루칼라라고 폄하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스포츠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동등한 수준에서 대우한다. 국가의 영예를 세계에 떨친 위업은 그 어느 것 하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병역혜택, 포상금, 대학진학 장학금, 지도자 연구비, 연금 등 모든 면에서 동동하게 대우한다. 그리고 국가차원에서 기능올림픽 명예전당과 같은 것도 건립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근로의 신성한 가치를 배우게 한다.
서승직 한국기능올림픽선수단 기술대표가 말한 “기능인을 우대하여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대우’만 한다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 기능교육 자체가 직업을 보장하고 비전을 가지도록하며, 뛰어난 기능인은 국가 브랜드가 되도록 토대를 만들어야한다” 는 내용이 이 모두를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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