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한가위

전북도의회 김희수 의장

요즘 농촌 들녘엔 뜨거운 여름 햇볕과 빗물을 받아 자란 곡식들이 알알이 영글어 가고 있다. 소슬한 바람결에 흔들리는 도심 가로수 나뭇잎 색깔도 달라 보인다.
어김없이 가을이고, 이번 주말이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이다.
예년에 비해 짧은 연휴지만 일상에 찌든 귀성객들이 훨훨 털고 고향을 찾아올 것이다.
명절이 즐거운 이유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요즘에는 우리 어릴 때의 추석만큼 풍성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한가위 때면 그립던 혈연들이 만나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등 전통명절은 모처럼의 축복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필자 역시, 어린 시절 명절이 다가오면 옷이나 신발 등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즐거움에 잠을 설쳤다. 명절에 얽힌 설렘의 추억들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추억들은 우리에게 공동체 문화를 다시 확인 시켜 준다.
특히 한가위는 풍성한 수확의 계절에 맞춘 명절이어서 가족이나 친지들은 물론 이웃과도 음식을 나누는 습관이 내려왔다.
그래서 우리 옛 속담에도 '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고 했다. 한가위에 뜨는 보름달은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보아야 더 밝고 크다고 한다.
이런 명절이 다가오면 지역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고향을 찾아온 귀성객들에게 우리 전북이 잘살게 됐다는 희망찬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가슴이 답답하다. 취직도 잘되고 아이들 교육이나 집값, 노후 걱정도 덜하고, 살림살이도 좀 넉넉해졌으면 하는 도민들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지 못한 책임감에 어깨도 무겁다.
특히 한가위 때만큼이라도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의 정을 나누는 따뜻한 명절이 되어야 하는데 명절을 명절답게 쇠지 못하는 계층이 주위에 많은 것이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올해는 경기침체와 신종인플루엔자 영향으로 보육원은 물론 장애인 요양시설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싸늘하다 못해 발길이 뚝 끊겼다. 신종플루 공포에 휩싸이면서 자원봉사자들이 줄어들어 복지시설의 어려움이 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래서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과 어린이들에게는 추석 명절이 오히려 서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추석이 서럽고 무서운 사람들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자식은 있으되 없느니만 못한 노인들, 차별대우와 저임 착취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들, 보름달을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장애인, 또 추석은 다가오는데 보너스는커녕 정당한 임금마저 받지 못한 근로자들도 많아서 우울한 추석이 되기 쉽다.
지난 8월말까지 임금을 받지 못한 도내 근로자가 461개 사업장 214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원래 명절이란 형편이 넉넉한 사람에게는 즐거운 시간이지만 팍팍한 삶을 간신히 이어가는 이들에게는 보통 때보다 더 서럽고 힘들게 느껴지는 법이다.
피붙이들과 친지들이 끼리끼리 모여 웃고, 마시고, 즐기는 차원을 뛰어 넘어 그늘에 가려 있는 슬픈 이웃들에게 연대의식을 갖고 공공의 책임을 느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조그만 정성과 관심이 사회적 약자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외롭고 쓸쓸한 추석이 되지 않도록 따스한 정을 서로 함께 나누는데 우리 모두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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