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어려운 이웃과 함께

“후원도 후원이지만 사람들의 발길마저 뚝 끊기면서 추석 명절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전주시 효자동에 위치한 전주자림원 심옥남 사회복지국장의 아쉬움 섞인 말이다. 특히 10월 중순 새로운 생활공간으로의 신축 이전이 예정된 가운데 가건물에서 생활하는 170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좀 더 따뜻한 명절을 보내지 못할 것 같아 정말 미안하다는 부모의 심경을 토로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선거법의 영향, 그리고 온라인 후원이 새로운 기부문화로 자리를 잡으면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둔 자림원은 사람들이 발길이 끊겨 썰렁하기만 하다. 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속에 사회복지 인가시설 대부분이 좋은 시설에 윤택한 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탓도 한 요인으로 명절이면 푸지게 햇과일 등을 먹을 수 있었던 기억은 추억으로만 남게 된 셈이다.
신 국장은 “과거와 달리 물질적인 후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듯 하다” 면서 “대부분의 인가시설이 외형적으로는 안정되게 보이지만 이를 두고 모두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서 후원의 손길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고 설명했다.
심 국장은 이어 “시설의 외형적인 모습은 최소한의 삶을 위한 것이며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기부문화가 더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신종인플루엔자가 확산되면서 자원봉사자들도 크게 줄었다. 시설 내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신종플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이·미용과 치과 등 진료, 개발학습 등 최소한(평소 20% 정도)의 자원봉사자들만을 받고 있다. 자원봉사 신청 자체도 과거만 못하다는 것.
심 국장은 “후원에 대한 인식 변화와는 달리 봉사는 학생과 기업 등 확대됐으며 체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며 “그러나 신종플루로 인해 자원봉사자들이 줄기도 했지만 신청하는 대로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원봉사자 뿐 아니라 후원자들의 발길이 끊김에 따라 위문행사들도 거의 사라지다시피 해 시설 내 장애인들이 명절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심 국장은 씁쓸해했다.
때문에 자림원 자체적으로 짜여진 예산과 인력 내에서 송편 등 음식과 윷놀이 등 명절 분위기를 만들 계획이다.
이는 비단 자림원에 국한된 모습이 아니다. 도내 사회복지시설 중 노인과 아동, 장애인 등의 생활시설 301곳이 모두 해당된다. 대부분 생활시설은 후원금과 물품이 예년의 70% 수준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온정의 손길이 줄어든 곳은 시설만이 아니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후원금도 지난 26일 현재 5700만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2억7500만원 보다 4배 이상 줄었다. 지원을 해야 할 대상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후원금이 급감하면서 공동모금회에서도 생활시설에 대한 추석 지원금을 중단키로 해 도내 사회복지시설은 때 아닌 추운 추석을 보내야할 상황에 놓여 있다.
/최준일기자·ghksr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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