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사코이를 보면서

이철량

지난주에 무주와 고창에서 일본 요사코이 공연이 있었다. 일본 요사코이 공연단 중에서도 최고로 알려진 카즈사쿠미(上總組) 공연단 35명이 전라북도를 찾은 것이다. 소리축제에 참가하기로 되어있었으나 아쉽게도 축제가 무산되는 바람에 무주와 고창에서 공연했다. 요사코이는 우리 지역에서는 아주 낯선 것이지만 이미 서울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 조금씩 알려져 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세계 제2차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은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경제적으로 침체되었고 사회적으로도 일본인들의 의기가 가라앉아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던 시기였던 1954년에 요사코이는 만들어졌다고 한다. 요사코이가 처음 탄생한 곳은 일본 관서지방인 코치(高知)였다. 지역경제의 부흥과 사기 진작을 위해 전문가 몇 명이 모여 이 공연을 창안했다고 한다. 이번에 온 공연단 대표인 키쿠치 아키코(菊池亞希子)씨는 이 공연 창시자의 딸이다. 그는 고향 코치에서 6살 때부터 이 춤과 음악을 익혀 지금은 일본 요사코이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매해 8월 중순에 코치에서는 요사코이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경연대회이며 전국에서 200여 팀의 3만여명이 참가하고 이 축제를 보기위해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람객은 30만 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요사코이가 이처럼 전국으로 열풍처럼 번질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춤과 음악이 재미있었기 때문일 게다.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형식을 개발하여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번 카즈사쿠미 공연단 구성에서도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난다. 공연단 일행은 11살 초등학교 여자아이에서부터 71세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또한 할머니와 아들내외 그리고 손녀까지 일가족이 함께 하기도 했으며, 부부, 어머니와 아들 등 다양한 가족들이 섞여있었다. 대표인 키쿠치 아키코와 같이 요사코이 전문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초등학생, 대학생, 간호원, 회사원, 주부 등 직업도 다양하다. 이처럼 이들은 전문적인 예능인들은 아니다. 일상에서는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일과가 끝나면 모여서 춤과 음악을 즐긴다. 그야말로 여가활동이라고 해야겠다.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실력과 내용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요사코이는 대부분 거리공연으로 이루어지도록 구성되어있다. 그래서 빠른 리듬과 가벼운 가사 그리고 역동적인 동작 등이 특징이라고 한다. 요사코이라는 말은 “오늘 밤에 놀러오세요”라는 말인데 약간은 에로틱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실은 고단한 하루일과를 보내고 저녁에는 모여 즐거운 놀이를 하면서 삶의 피로를 잊자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듯 이들의 공연은 참으로 즐겁고 활기차 보이는 게 감동적이었다. 요촐레 요촐레(놀러오세요 놀러오세요)를 외치며 춤을 춘다. 요사코이는 이전의 전통 춤이었던 아와오도리를 새롭게 구성한 것인데 특히 그들의 의상과 나루코라고 하는 우리식의 짝짝이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루코는 일본에서 농부들이 새를 쫏는 것이었는데 춤의 도구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들은 매년 의상과 노래를 새로 제작한다고 한다. 바다가 그려진 바지 위에 남색 윗도리는 땅과 하늘을 상징한다. 우주를 상징하는 땅을 바다로 표현했다. 섬나라 민족답다. 아랫부분을 살짝 접어 드러낸 윗도리 안쪽은 붉은 색이다. 우리 태극기에서 보는 것 같은 음과 양을 상징하고 있다. 이들의 의상에서 짙은 동양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속옷에는 한국의 한복에서 따온 동정 모습으로 디자인 했다. 허리를 넓고 긴 띠로 묶은 모습은 그들의 기모노의 전통을 본다. 허리 뒤에는 작은 주머니와 고래를 달고 있다. 고래는 바다의 왕이고 주머니는 모든 것들을 담는 다는 상징이다. 의상뿐만 아니라 앞에서 흔들어 대는 대형 깃발은 공연의 분위기를 압도하는데 여기에는 카즈사쿠미 공연단의 상징으로 용의 모습에서 형상을 빌려온 서수(瑞獸:액을 물리치는 동물)가 그려져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전통에서 의미를 빌려왔으나 대단히 실용적이며 새롭게 개발한 것들이다. 춤과 음악도 매년 새롭게 구성해가며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해 간다고 한다. 우리의 놀이문화 혹은 전통문화가 어떻게 대중에게 접근하고 개발해 가야하는가를 일본 요사코이에서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