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수칼럼

예산투쟁 좀 하시욧!

“국회의원님들 추석민심이 어떻습디까? 의원님들에게 쏟아 놓은 불만과 비판, 요구사항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전언입니다만.” “짧은 연휴중 짬을 내 지역구를 찾았지만 여의도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민주당은 특히 오는 28일 재보선을 앞두고 추석민심을 살피기위해 지난달 30일 전체의원들이 모여 워크숍까지 가진뒤 지역구로 출동했다. 국회의원과 그 주변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추석절 민심동향은 사납기 그지없었다고 한다. 물론 지난해 불어닥친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가정경제마저 피폐해진 영향도 적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에 대해 일편단심의 애정이 각별했던 전북도민들은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나자 민주당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일부 의정활동에 충실했던 의원들마저도 지탄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좀 서운하더라도 당 대신 욕을 얻어 먹어야한다. 잘 아다시피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 이강래 원내대표를 포함해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전북출신들이다. 거기에다 최근 무소속으로 원내에 재진입한 정동영 전 대선후보도 있다.
그런데 지난 1일 정부에서 국회로 이송된 292조원 규모의 내년도 국가예산을 한번 보라. 그중에서 전북도 관련예산을 보면 어이가 없다.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힘없는 국회의원들 같으면 차라리 기대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이름 석자면 웬만한 중앙부처 장차관 정도는 쥐잡듯이 다룰 수도 있음직 한데 말이다.
내년도 국가예산 가운데 SOC사업 예산은 23조5000억원이고, 이중 4대강 사업에 3조5천억원이 투자된다. 총 15조6천억원이 투입될 4대강 투자로 도로 항만 등 다른분야의 SOC사업 예산이 삭감당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내년 4대강 예산 6조7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3조2천억원은 수자원공사쪽에 투자토록 맡겼다. 그래도 지자체나 지역구 의원들의 SOC사업예산 축소 의구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전북예산을 한번 들여다 보자. SOC사업들은 당초 부처에서 절반이상 칼질당하더니 도청 간부들의 발품 덕분에 국회이송 단계 직전에서야 겨우 올해 수준을 유지하는 결과를 거뒀다. 그것도 좋게 봐줘서. 그러나 SOC사업은 매년 증가해야 하기 때문에 전북예산은 사실상 둔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예산 배분을 지역색이나 지역갈등과 연결짓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영호남의 예산편차가 너무 큰 것을 보면 꺼림칙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더욱 암담하게 하는 부분은 도내 신규사업 예산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완주 지사와 강봉균 민주당 도당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내년도 전북관련 국가예산 편성결과를 놓고 기자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5조원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신규사업 예산으로 99건에 3391억원이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그런뒤 부연설명으로 “전북도 주요 현안사업중 신재생에너지단지 조성사업, KIST전북분원 복합소재 기술연구소 건립, 태권도 공원조성 등 우리도의 요구액이 ‘너무 부족하게’ 반영되어 국회단계 추가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말하면 국회의원 당신들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일갈이다. 4대강 예산이 원인이든 아니든.
한가지만 예를들자. 전북지역 노후 상수도관은 전체길이의 26.1%인 3155Km에 이른다. 이를 교체해서 도민들이 맑은 물을 먹도록 하는데 드는 비용이 3000억원 가량 필요하다. 그러나 국비지원 없이 지방비로 담당하고 있으니 열악한 도내 지자체들은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의원님들, 이제 당신들의 할 일이 무엇인지 자명해졌다. 사족처럼 들려도 할 수 없다. 앞으로 있을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과정을 통해서 당신들의 가족과 후손이 살아갈 이땅의 풍요를 위해 관련 예산이 삭감되지 않도록 함은 물론 증액시는데 좀더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강(江)도 없는 곳에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空約)했던 심정의 10분의 1만 힘써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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