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벌써 11번째 신종플루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개인들의 공포감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2명은 '신종플루 때문에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생산도 늦어지면서 유일한 예방법은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몸의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 침입에 대비하는 것뿐이다.
한의학에서는 신종플루, 조류독감, 사스와 같이 전염성 질환을 ‘온병’이라 한다. 온병은 병의 성질에 따라서 크게 온열병과 습열병으로 나뉜다. 온열병은 건조하면서 열을 동반한 것이고, 습열병은 축축하면서 열을 동반한 것이다.
예를 들어 주전자가 물 한 방울 없이 화로위에 올려져있다면 주전자는 더욱 마르면서 뜨거워져서 탈 것이고(온열병), 물이 가득 찬 채로 화로위에 올려져있다면 주전의 물이 펄펄 끓을 것이다(습열병). 물이 없는 주전자가 물이 찬 주전자보다 더 빨리 뜨거워지고 더 빨리 식혀지듯이, 온열병은 악화가 빠르고 회복도 빠르다. 하지만 주전자에 물이 있으면 식을 때까지 주전자가 잘 식지 않듯이, 습열병은 악화가 느리고 회복도 느리다.
얼마 전에 AI(조류독감)가 유행했다. 새는 날짐승으로 몸이 항상 건조하다. 건조해야 몸이 가볍고 잘 날 수 있지만, 건조한 열에는 매우 취약하다. 조류독감은 한의학적으로는 온열병에 해당한다. 병의 진행이 빠르고, 시작단계부터 고열이 나타난다.
신종플루는 돼지에서 변종된 독감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기다. 돼지는 몸이 축축하고 습해 습열병에 취약하다. 신종플루는 한의학적으로는 습열병일 확률이 높다. 병의 과정이 비교적 느리고, 미열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더운 지역에서 발병했지만 가을이나 초겨울에 가장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습의 성질이 있기에 더운 기운이 식으면서 습기가 더 많아질 때 확산될 것으로 짐작한다.
사실 신종플루는 타미플루라는 치료약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해마다 걸리는 일반적인 감기는 치료약조차 없으며, 시중에 나와 있는 감기약이라고 하는 것도 치료약이 아닌 증상완화제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신종플루와 독감을 비교하였을 때 치사율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독감보다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시 말해, 신종플루에 대한 관심과 예방을 넘어선 지나친 걱정은 오히려 신체 건강을 떨어뜨리고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종플루를 제대로 알고, 주의사항만 지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고,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습열병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몸에 습열이 쌓이지 않도록 방향성이 있는 야채(깻잎ㆍ겨자채)나 쓴맛이 있는 야채(고들빼기ㆍ씀바귀ㆍ케일 등)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손을 잘 씻고 혀에 백태가 많이 끼지 않도록 과식이나 야식을 줄이고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충분히 해서 몸의 습열이 땀으로 잘 배출되도록 하는 것이 신종플루 감염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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