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한글로 쓸수있다는게 행복하구먼...’

8일 오전 8시30분 전주시 인후동 안골노인복지관 3층 강의실.

이른 아침부터 70세를 족히 넘은 할머니 10여명이 자리 채우고 웃음꽃이 한가득하다.

이날은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한글반 수업이 있는 날이다.

최윤옥(52) 강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매미’라는 시의 한 구절을 읽으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행여나 실수할세라 더욱 목청을 올린다. 진지함이 교실을 달군다.

“이 시를 읽고 느낀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라는 최 강사의 말에 누구 할 것 없이 저마다 손을 번쩍 들고 답을 얘기한다.

배움의 기회를 놓쳐 반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할머니들이 문맹 탈출을 위한 행복의 몸부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안골노인복지관에서는 매주 2차례 걸쳐 한글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남학생은 거의 없고 여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연령은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한글반에서 급우들과 지낸 성옥님(79) 할머니는 “내 이름을 내가 쓸 수 있다는 게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며 “사랑하는 내 아들과 손자 녀석들 이름을 쓸 때면 정말 가슴이 찡했다”고 말했다.

시대가 그래왔듯이 가난한 살림과 가부장적인 환경 탓에 그 흔한 교육도 한글조차 배울 수 없었다는 게 80년 가까이 살아온 어르신들의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우리글을 알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도 두 배가 된다.

올해로 벌써 8년째 어르신들께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최씨는 “ㄱ, ㄴ 도 모르고 오셨는데 이제는 시도 쓰고 글도 읽고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한 마음이든다” 며 “수업을 할 때마다 시간을 더욱 늘리자는 어르신들의 말을 들을 때면 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유진휘기자.truj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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