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마법은 본래 하나였다. 그리고 지금도 말은 강력한 마법의 힘을 지닌다”
너무나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이다. 말 즉 언어가 갖는 어마어마한 힘에 대해 꿰뚫는 명언이다. 언어의 힘을 증명하는 실험들도 많다. 연전에 일본의 에모토 마사루라는 학자가 쓴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 내용은 물조차도 언어에 상응하는 반응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실험결과 ‘사랑’이나 ‘감사’처럼 긍정적 단어에 노출된 물은 아름다운 6각형의 결정체를 나타낸 반면 ‘악마’와 같은 부정적 단어에 노출된 경우에는 일그러지고 흉한 결정체를 만들었다.
많은 연구와 예리한 통찰들이 내리는 결론은 이렇다. 즉 언어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며 당연히 부정적 언어는 부정적 결과를 그리고 긍정적 언어는 긍정적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언어가 갖는 파동성으로 설명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고유의 진동이 바로 밖에서 같은 모양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마법과도 같은 말은 그러나 현실에서는 너무 가볍게 쓰인다.
최근 전북이라는 지역사회에서도 이런 저런 갈등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작게는 기업체의 노사문제에서부터 크게는 정부와 농민, 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까지 언제나 그렇듯 소란스럽다. 더욱이 전주-완주 통합문제는 지역사회를 들쑤셔 놓고 있다.
그리고 갈등과 투쟁의 현장에는 어김없이 격하고 거친 말들이 날아다닌다. 플래카드나 집회 마이크에서 울리는 말들은 부정적이며 공격적이다. 어떤 구호를 보면 살기가 느껴져 등줄기가 서늘할 때도 있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 대정부 건의나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의 발언, 그리고 지역언론의 말도 어둡기는 매한가지다. 낙후와 소외, 푸대접, 불만, 반발 심지어 ‘죽이기’ 등등은 자주 등장하는 부정적 뉘앙스의 말들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사회역사적 맥락으로 풀이한다. 그러니까 박정희 정부 3선 개헌 이후 지역감정이 확연해지고 이후 전북 등 호남은 소외의 땅으로 전락했다. 그때부터 호남은 각박하고 고된 현실을 감내해야 했고 이것이 쌓여 패배의식 내지 부정적 소극적 태도로 남았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영향으로 정체성마저 흐려지고 말았다는 점이다. 정체성이란 쉽게 말해서 ‘나 자신은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타율과 상처의 근현대사는 우리 국민들에게 어두운 흔적을 남겼다. 어떤 이는 그래서 우리가 패자의 언어에 익숙하다고 한다. 특히 전북이라는 지역사회는 그 정도가 심하다. 언어생활이 자연히 이런 역사에서 자유로울 리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전북은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했다.
물론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
요즘 국격(國格)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지만 지역도 나름대로 격을 지녀야 한다. 그 첫걸음은 바로 말이다. 지도자건 언론이건 시민이건 간에 말을 신중하게 가리고 또 다듬어야 한다. 말하는 습관을 고치자는 것이다. 소득만 높다고 살기 좋을까. 아니다. 좋은 말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야말로 무조건 품격이 높고 살기 좋은 곳이다.
말하는 습관을 바꾸자면 생각을 바꾸는 것이 먼저다. 우선적으로 할 일은 성찰의 간격을 갖는 것이다. 나만의 좁은 세계에 빠져 코앞만 보면 넓고 넓은 밖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전북 밖에는 우리나라가 있고 그 밖에는 광활한 지구촌이 있다. 한발짝 뒤로 물러서자. 당사자로서 걱정하고 조급해하기 보다는 때로 관찰자로서 여유도 가져 볼 일이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그러면 생각이 넓어지고 말과 행동도 여유롭게 된다.
그 다음은 긍정적 사고방식이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건 빛과 그림자를 아울러 가진다. 밝은 면을 보면 얼마든지 밝은 게 세상이다. 무슨 윤리도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하나의 전략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프로이트로 돌아가 보자.
프로이트는 말이 마법과 같다고 했다. 그의 저술이나 연구들에서는 말에 대한 비상한 관심이 잘 드러난다. 결국 그는 말을 분석하는 데서 더 나아가 정신적 치유에도 활용했다. 우리가 쓰는 말을 잘 되돌아보고 패자의 언어는 버리되 승자의 언어를 말해야 한다. 그러면 환한 새로운 길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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