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을 향한 뜨거운 사랑의 응원

전주비전대학 총장 김영만

전국체전은 1920년 7월 조선체육회 창설 첫 기념행사로 개최된 ‘제1회 전조선 야구대회’를 기원으로 한다. 지금의 ‘전국체육대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이를 경축하기 위해 열린 행사부터다. 6.25때 잠시 중단된 위기도 있었지만 전국체전이 우리나라가 체육 강국으로 발돋움 하는 발판이 된 것에는 아무도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눈부신 경제 발전과 더불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각종 스포츠 중계가 있는 날이면 우리나라 모든 국민은 불면의 밤을 보낸다. 다음 날 직장에서 잠과 사투를 벌일 것을 알면서도, 지면 진 대로의 아쉬움과 이기면 이긴 대로의 즐거움 때문에 잠 못잔 것이 그리 억울하지 않다. 스포츠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정은 나 또한 스포츠를 사랑하는 한 개인으로서 참 고무적인 일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아쉬움과 서운함 또한 크다. 국민의 모든 사랑을 축구와 야구를 비롯한 몇몇 종목이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열린 FIFA U-20 월드컵 8강에 진출한 청소년 축구팀이 그랬고 플레이오프가 끝나고 전국체전 기간 동안 열릴 야구 한국시리즈가 그렇다.

제90회 전국체전이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대전광역시에서 열린다. 선수단의 규모가 임원을 포함해 2만5천명이며 치러지는 종목도 3개의 시범종목을 합해 44개 종목이다. 가히 국민축제라고 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열기가 그리 높지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는 커지는데 관심은 줄어드는 느낌이다. 개최지역 시민들과 선수들 그리고 선수의 가족들만이 마음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본다. 비인기종목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스포츠 선수들은 주위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란다. 관객의 뜨거운 응원의 소리는 그 선수가 가진 최고의 기량을 끌어내 보여주는 자양분이다. 하지만 매년 전국체전의 여러 경기를 관람해온 나는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곳엔 응원의 함성도,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도 없다. 다만 몇 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이 한 순간의 실수로 잘못되지 않기만을 바라는 선수들의 팽팽한 긴장감만 가득하다. 이럴 땐 경기장과 서울광장을 가득 채웠던 붉은 악마를 100분의 1만큼만이라도 옮겨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한국시리즈 열성 팬들이 현장 판매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경기장 앞에 텐트와 돗자리를 펴고 밤을 지샌다는 뉴스는 다른 나라 이야기 같다.

종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 대부분은 전국체전 출신 선수들이다. 우리가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일희일비 할 때를 생각해보면 전국체전 만큼 중요한 대회도 없다. 사랑과 관심을 쏟으며 키운 나무가 더 튼실하고 알찬 열매를 맺는 법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앞서 전국체전부터 뜨거운 사랑으로 응원을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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