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고달픈 직업이다. 하물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경찰이나 법조기자이면서 그가 결혼한 가장이라면 ‘최악’이다.

 아예 가정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원초적인 작업 환경과 근무 시간 탓에 그렇다.

 ‘남자라는 이유로 한 번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남자의 속마음>(오풍연 지음·21세기북스)은 한 일간지 현직기자가 쓴 에세이 집이다.

 기자가 쓴 글이라고 해서 사건의 내막이니, 정치권의 뒷이야기를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뜻밖에도 (딱딱하기만 한 법조 대기자와 청와대 출입기자라는 경력답지 않게)가족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다.

 기사와 칼럼을 통해 다양한 타인의 삶을 조망해 온 저자는 ‘중년’이 되어서야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노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살아온 길이 부족했을지언정,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구나 앞으로의 인생 또한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책은 모두 4부(가족, 정, 근본, 지혜)로 나누고 각 챕터별로 마흔 개 안팎의 작은 글을 실었다. 짧은 문체에 저자의 속 깊은 생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직업적인 천성은 속이지 못하는지 ‘애완동물보다 이웃을 더 멀리하는’야박한 세태에 따끔한 일침도 빼놓지 않는다.

 책 말미에 대한민국학술원 김은섭 사무국장은 독후감을 통해 “저자 자신은 ‘잠은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하면서 (이 책을 읽는 동안)정작 내 소중한 잠을 빼앗은”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웃음을 자아낸다. /김대홍기자·95min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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