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새벽시간대 영장 없이 남의 집의 문을 두드리고 허락 없이 집안에 들어간 상황에서 집주인에게 폭행을 당해도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20일 전주지법 형사 제 4단독 김균태 판사에 따르면 지난 3월 26일 새벽 1시 50분께 전주 덕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기르는 개가 시끄럽게 한다며 옆집에서 밤늦게 찾아와 현관문을 발로 차고 소란을 피운다. 조치를 취해달라”는 신고를 받고 관내 원룸으로 향했다.

경찰관들은 40분 후 신고자의 옆집에 사는 이모(51)씨의 집을 방문해 수 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려 이씨를 깨운 뒤 집안에 들어갔다.

경찰관들은 이씨에게 신고내용을 알려주고 주의를 줬지만 이씨는 “이 XX들 꺼져라”는 말을 하며 멱살을 잡았고 이에 경찰관들은 계속 주의를 줬지만 결국 이씨는 그들 중 한 명을 폭행했다.

이에 이씨는 공무집행방해혐의로 입건됐고 검찰은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이 같은 이씨의 행동이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 한 것으로 보지 않고 단순히 폭행 혐의만 인정, 이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잠을 깨우고 주거지에 들어감에 있어 영장이나 피고인의 동의가 없었고, 특히 거친 표현이기는 하나 피고인의 명시적 퇴거 요구(꺼져라)가 있음에도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나가지 않고 계속 주의를 준 것은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또 “피고인이 폭행 전 멱살을 잡은 행위는 불법한 주거침입 또는 퇴거 불응, 수면 방해로 인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대한 방위행위로 정당 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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