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선율인 우조가 한여름의 따가운 햇살과 같다면 계면조는 가을밤 처량한 마음을 애절하다.

가야금산조가운데 전북을 상징하는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는 다른 산조와 달리 계면조가 주를 이뤄 특유의 서슬 푸른 성음과 연주자 특유의 공력을 요구하는 장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예능보유자인 강정열씨는 평생을 신관용류가야금산조와 정달영류 가야금병창으로 살아가고 있는 명인이다.

척박했던 시절 한눈팔지 않고 '우리 것'을 지켜온 강명인은 현재에도 전북도립국악원 교수부에서 후학들을 지도하며 전북이 '국악의 본향'임을 확인하고 있는 국악계의 '보물'이다. 강명인이 자신의 이름 걸고 독주회를 갖는다. 간간히 독주와 협연무대를 통해 녹슬지않는 우리 소리를 선보여 호평을 받아온 명인이 1시간에 걸쳐 자신이 평생 업으로 지켜온 산조와 병창을 연주한다. 24일 오후 7시 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

고운 음색을 지닌 가야금 선율이 가을바람을 타고 오는 이번 연주회는 신관용류 가야금산조와 가야금병창 춘향가 중 사랑가와 심청가중 눈대목이 무대에 오른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보조회원인 주정수, 최승례, 최옥선, 나형순, 박형숙, 정화자, 백서정, 김달, 최혜영, 김민재, 김혜련, 조현일, 서영민씨가 함께 하는 이번 연주회는 신관용류 가야금 산조 특유의 즉흥성과 복잡한 기교와 속도가 빠른 연주를 만날 수 있다.

특히 1950년 남원에서 태어나 강순영, 성금연, 서공철, 정달영명인 등 당대 최고의 명인들을 사사하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온 강명인은 전주대사습 장원과 경주신라예술제국악대제전 가야금병창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인 반열에 올라 현존하는 최고의 가야금연주자와 가야금병창 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전북도립국악원 교수와 전북대, 백제예술대에 출강하며 연주회를 계속하고 있는 강정열명인의 이번 연주회에는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 9호 판소리고법 보유자 이성근선생이 장고를 잡는다. 두 명인의 아름다운 동행도 이번 연주회에 관람 포인트다.

50여년 가까이 가야금을 옆에 두고 지켜온 한 명인의 걸어가고 있는 길이 가을걷이 만큼 풍성하고 알찬 연주회다, 전주전통문화센터의 후원공연으로 마련되는 자리다./이상덕기자·leesd@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