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다문화가정의 의식개선을 위한 ‘다문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성교육 및 우수 영재 육성방안’을 주제로 한 2009년 학술대토론회가 21일 전북과학교육원 4층회의실에서 열렸다. 이흥재 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우리사회 깊숙이 들어온 다문화사회의 현주소를 이해하고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관련한 학계의 심층깊은 분석과 현장 활동가들의 현실적인 문제점과 대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발췌했다.

주제발표 1
정유성 교수 “다문화교육은 인성교육이며 전인교육이다”

다문화 교육은 이주민들을 두고 하는 교육만은 아니다. 사실 다문화 시대 무언가를 ‘가르치고 기르기(敎育)’를 꾀한다는 것부터가 모순이다. 일방적으로 가르칠 무엇을 전제한 행위로 글로벌 시대 다문화라는 주제에 함부로 덤벼들어서는 안 된다. 다문화교육이 잘 이뤄지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문화 교육은 이주 노동자나 결혼 이주자, 또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 같은 당사자들 뿐 아니라 모든 시민, 학생·청소년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교육이다. 당장 급한 언어나 문화 이해교육 같은 원초적인 정착, 통합을 위한 교육은 당연히 해야지만, 여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문화 교육은 학교에서, 그리고 생활세계 구석구석에서 이론과 실천을 아우르며 머리, 가슴, 손발을 동원하는 전인교육이요 더불어 사는 사람됨을 만들어가는 인성교육이다. 그런 만큼 학교교육 뿐 아니라 평생교육 차원에서 삶터 곳곳에서 벌여야 한다. 나아가 지금까지 모두에게 업보로 덮씌워져 경쟁에 내몰았던 잘못된 교육의 제도, 그릇된 사람의 의식을 바꾸고 고치는 새롭고 다른 대안적 교육의 기획이어야 한다.
 또한 다문화 교육은 교육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정이어야 한다. 한국사회는 폐쇄적 집단주의, 완고한 가족주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서도 익명성을 빌미로 극한경쟁과 물리적, 상징적 폭력에 물들어 있다. 이제 다문화 사회에 걸맞은 평등과 조화, 다양성과 관용을 통해 ‘관계적 자아(relational self)’를 정립할 수 있게, 사회 전반의 조직과 운영, 개인의 정체성 확립 과정까지 모두 달라져야 한다.
 학벌위주 경쟁위주, 개인위주 교육에서 이제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정체성을 만드는 교육, 즉 인성교육이 되어야한다. 다문화교육은 인성교육이과 전인교육이다. 작은 나에서 큰 나를 배우는 나로 승화시켜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한다.
 다문화 교육은 또한 당사자와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특히 인성교육, 전인교육에 흔히 전제되는 개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교육, 그것도 글로벌 시민교육으로 펼쳐야 한다.
 요컨대 다문화 사회 인성교육은 지금, 여기 비인간적이고 반교육적인 교육관행을 이겨내고 바람직한 교육을 되살리는 일이다. 나아가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대접하지 않는 못나고 못된 사회 전반을 뒤바꾸는 일이다. 그러려면 그런 폐쇄적인 민족주의, 자문화 중심주의, 그리고 아직도 안팎으로 흔적이 남아있는 인종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시에 문화들 사이, 문화들 속에서 다양성과 역동성, 유동적인 현대성 속에 크고 작은 흐름이 자유로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살아갈 앞날, 아니 이미 시작된 미래의 시작이며 또 지향점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문화 사회라는 교육에 주어진 주제를 한국사회 전반의 변화, 교육자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다문화사회는 우리사회에 주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토론

#김수연 대성초 교장 =다문화교육은 당사자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해야하고 패러다임을 바꿔야하는 것에 큰 공감을 가지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2005년부터 다문화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짝궁과 도우미 활용, 다문화가정 학생 사랑방운영, 학습보충을 위한 전담교사 배치, 학교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상담해주는 상담교사 배치 등이다.
 학교에서의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지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학교가 다문화가정의 자녀에게 한국인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을 심어줘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어의 자연스런 구사와 주변사람들과의 스스럼없는 교류가 전제되기 때문에 이러한 전제를 해결하는데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태생적으로 학업문제, 외모문제,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차별과 편견 등 다양한 문제 상황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 상황을 스스로 이겨내도록 적응력을 키워주는 데 치중해야한다. 또 이러한 적응력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친구 및 주변인들과의 인적 유대관계를 강화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과 열등한 학생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차이에 따라 맞춤식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해야한다. 인성교육에 있어서는 교사나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으며 가정에서부터 시작해 학교, 사회와 연계해 이뤄져야한다.

# 이지훈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인성교육을 이야기 하기 전에 한국인(내국인)의 인성교육이 먼저 이뤄져야한다. 우리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다문화가정의 인성을 말할 수 있나. 먼저 우리자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인성은 도덕이나 윤리 등을 포함하겠지만 적어도 다문화가정의 인성교육이라하면 변화된 가치, 소통과 교류, 공동체의식 등이 필요하다.
 센터내에서 엄마나라의 역사, 음악, 각종 전통 등을 배울 수 있게 하는 교육을 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자존감, 소중한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이주여성 스스로 그런 교육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지 못했으며, 영어 수학 등에 대한 관심이 우선인 사례들이 많았다. 이주여성 스스로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나 역할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이 부분이 우리 사회 속에서 확대되어야한다.
 단순히 다문화가 들어갔다고 해서 다문화 교육은 아니다. 다문화가정에서 영어교육을 하는 게 다문화교육은 아닌 것이다. 어떤 내용을 가지고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인지 내용적인 성격이 중요한데 이런 것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다문화교육의 이름으로 경쟁교육을 강화하고 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주제발표 2

장미영 교수 ‘이주민들이 정주하는 땅 되어야 우수영재로 만든다’

다문화교육이 초청기에는 한글 교육에 치중했지만, 최근에 영재육성방안까지 제안되고 있는 것은 2세를 염두 한 매우 바람직한 사례라고 본다.
 특히 이주노동자 중 몇 몇은 한국에서 노동을 하다 떠날 것을 염두하고 있고, 일부는 한국에 정착할 것으로, 일부는 이주여성은 당연히 여기에 뼈를 묻을 것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또다른 일부 중에는 어떻게 하면 친정나라로 돌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호텔투숙객처럼 느끼고 있는 이주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 것인지, 어떻게 하면 같이 살고 싶은 이웃이 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주민들이 정주해야하는 땅으로 만들지 않으면 우수 영재를 끌어낼 수 없다.
다문화 글로벌 시대의 인성교육은 타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자문화와 다문화의 성찰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다문화적 인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다문화적 인성이란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그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우리의 타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시민적 자질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서는 특정문화집단에 대한 차별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집단 간 갈등 문제가 가정이나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다문화 글로벌 시대를 슬기롭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단일민족의식중심 교육의 한계를 지적하고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으면서 타문화를 인정하고 긍정적인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는 다문화적 인성교육이 시급하고도 절실하게 요청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다문화 인성교육은 첫째는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는 다문화가정이나 다문화집단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타문화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차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시키고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교육이다. 둘째는 이민자, 유학생, 연수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인식시킴으로써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이다. 셋째는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 간 교육으로 서로 다른 문화 집단과의 적극적인 접촉을 유도하는 것이다. 넷째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나 이주민 자녀 등 이중 문화로 인해 정체성 혼란을 겪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및 심리 치료를 병행하면서 자신이 소속된 소수집단과 외집단인 다수집단의 관계를 인식시키고 다수집단에 대한 우호적 태도와 다문화적 신념을 갖게 하는 정체성 정립 교육이다.
 이러한 이론적 바탕 위에 실제 인성교육 현장에서는 다문화교육 대상자의 특성과 수준을 고려하여 이론 교육과 함께 실질적 체험이 동반될 수 있도록 세심한 교수-학습 활동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주민들이 어떤 나라에 정착하게 될 때는 여러 심리적인 변화가 있다. 기간을 정해 교육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다문화교육, 인성교육 등은 단계가 필요하다. 인간의 생애주기, 심리적변화 등에 맞춘 맞춤형교육을 개발해야하며, 인성교육이라고 특정하지 말고 태권도 및 각종 문화교육 등을 활용해 인성교육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전재완 장수번암초교사=현재 동화댐에 있는 동화분교내에서 3년째 다문화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다문화교육을 하고싶어서 한 것은 아니었다. 연구부장이기 때문에 시작한 건데 3년간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다문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먼저 교사들의 인식이 변화해야한다. 다문화교육은 인간과 인간관계에 대한 교육이기 때문에 신뢰가 가장 바탕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정체성 관련 내용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다문화 인성교육 형태 중 정체성 혼란을 겪는 아이들 상대로 심리치료를 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심리치료 분야를 알지 못했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해야하는데 업무적으로 다루다보니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해 미술치료교사를 초빙해 교육을 진행한 결과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없었지만 아이들의 성격이 밝게 변하는 등 정서적인 변화 느낄 수 있었다. 다문화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겪는 부분이 단기간에 어떤 것에 대한 효과를 보려하는 것이다. 적어도 2-3년에 걸친 장기계획 아래 진행된다면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어머니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어 혼란을 겪지만 이중문화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인지시키는 점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문화교육은 언젠가는 없어져야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문화교육을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다문화를 이해한다면 다문화라는 말은 없어질 것으로 본다.

이현선 (사)아시아민들레센터 이사, 장수군 담누화가족지원센터장=최근 우리사회에는 이주여성이 차지하는 문제와 자녀교육문제가 급격히 대두되면서 여러 문제점 발생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정부의 정책지원 이전에 민들레 교실을 열어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으로서 이주여성들을 만나왔고, 지금은 정부 정책 한 가운데서 일하고 있는데 예산은 늘고 프로그램은 많아지지만 이주민 정책에 대한 기본 철학 등은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게 발전되지 못한 반복적인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체적으로 어떤 진화를 이뤄야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진행해야하는데 그 부문이 아쉽다. 학교현장의 경우도 무늬만 다문화교육 많다. 또 다문화가정의 남편들의 경우 처한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에 매우 부정적이다. 특히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대학지자체 등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다문화 가정을 수혜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요인을 낳기도 한다.
 프로그램 등 모든 정책이 일방적으로 주는 수혜자가 아닌,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사자에게 원하는 것에 대한 수요조사도 발표하고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아닌 것에 대해서는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각 프로그램에 대한 역할분담을 하고 기관들의 유기적 협조를 한다면 당사자들이 필요한 급박한 지원들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날 토론에 참석한 방청객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온 이주민 타냐씨는 “외모가 틀린 것으로 호기심과 관심 등을 많이 받았으며 차별도 받았다”며 “다문화라른 말을 쓰지 말고 한국사회에서 똑같은 사람으로 인정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온지 4년째인 타냐는 2년전 결혼해 1명을 자녀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 아이의 교육문제 또한 다문화교육이 아닌 일반학생과 같은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온 지 10년째를 맞고 있으며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중국 길림성 출신의 한 이주민 여성은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하고 있는데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한국학생과 아이의 성적격차가 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육청에서다문화자녀를 위한 관련 학업 보충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주길 바란다”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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