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방변호사회(이하 전북변협)가 단순한 재판부 증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법원 청원서(안)를 전북도에 제출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항소법원 설치 문제가 전국적인 주민 근거리사법권을 추구하기 위해 전국으로 확대돼 3개 도가 항소법원 설치를 위한 공동 학술 연구용역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청원서는 적절치 못하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청원서는 전북도의 사법개혁과 관련한 행정 공신력을 추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26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전북변협은 지난 22일 오후 늦게 도에 우편으로 고등법원 원외재판부(전주재판부) 명칭 환원 및 부 증설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대법원 제출용 청원서를 제출했다.

A4용지 4장 분량의 이 청원서에는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원외재판부)를 광주고등법원 전주부로 환원하고, 재판부를 증설해달라”는 청원 취지와 그동안 전주부의 설치 과정을 설명해놓고는 결국 마지막에는 명칭환원과 재판부 증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 청원서에는 마치 전북도민들의 전체 뜻이 담긴 양 ‘전북도민들’이라는 문구가 20번 가까이 사용됐고 직인이 찍히지 않았지만 도지사와 애향운동본부장, 상공회의소 회장의 이름과 마지막에는 전북변협 회장의 직인이 명확하게 찍혀있다.

그러나 이 같은 청원서는 그동안 항소법원 설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2000만원의 예산으로 지난 8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관련 연구조사와는 그 뜻이 사뭇 다르다.

비대위와 연구는 ‘항소법원 설치’가 목적이지 부증설이나 명칭환원의 가시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의 안일한 대응 방법도 문제다. 이 청원서가 접수되자 심각하게 이 청원서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었다.

또 도는 그동안 겉으로는 항소법원 설치를 위해 연구용역까지 벌여놓고 행정 이율배반적인 이 청원서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비대위와 학계는 사법 개혁 행정의 공신력을 추락시키는 “이기적이고 전북을 벼랑끝으로 모는 문서”라고 강력 비난하고 있다.

비대위 김용남 상임 집행위원장은 “항소법원 문제가 전라북도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문제로 확산됐는데 겉으로 항소법원, 안으로는 실리만 따지는 변호사협회와 도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도에서 추진한 연구용역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 헌법학회장 김승환 교수도 “전국 항소법원 문제의 시발지역에서 이 같은 청원서가 제출됐다는 자체만으로도 전북의 대외 신임도를 하락시키고 전북을 대해(大害)하는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이 청원서는 전북변협의 의견일 뿐이다. 도도 이 같은 입장이라고 말하긴 곤란하다”며 선을 긋고 “도는 부 증설이 아닌 항소법원 설치 쪽의 입장이며,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중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아이러니 하게도 이날 경남 도청에서는 그동안 항소법원 학술 연구 용역의 중간 발표회가 열렸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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