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군산경찰서 보안과에 출두한 L(25)씨는 조사를 받으면서 “먹고 살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학력위조를 택하게 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L씨는 취업을 위해 이곳저곳 원서를 제출했지만 학력의 벽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취업실패라는 고배를 마셨다.

이 과정에서 L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졸업장 제작’을 해준다는 문서위조 사이트를 접한 뒤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L씨는 지방의 한 유명대학인 모 국립대학의 거짓 졸업증명서를 45만원을 주고 의뢰했다. 고졸 신분으로는 단순 업무와 노무직 외에는 취직하기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L씨는 위조한 졸업증명서로 충북 옥천의 K 주식회사에 취업했다.

취업의 기쁨도 잠시, 전북경찰의 각종 증명서 위조사범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L씨는 적발됐다.

이처럼 능력보다는 학력과 학벌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문서 위조’의 덫이 취업자들을 노리고 있다.

명문대학 출신 등 학벌 위주의 줄 세우기 채용을 선호하는 기업들 때문에 취업난에 허덕이는 취업준비생들은 해결책으로 범죄의 ‘검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6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문서 위조로 적발된 건수는 올해들어 9월말 현재까지 473건으로 이는 지난해 566건, 2007년 534건에 육박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사문서의 경우 올해 9월말현재 300건, 지난해 354건, 2007년 343건 등으로 나타났으며 공문서 위조로 인한 적발건수가 200건 안팎으로 점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142건을 기준으로 불과 3년새인 2008년에는 49.3% 가량 늘어 212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공문서와 사문서 위조의 대부분이 과거에는 재산상의 범죄를 위해 제작된 데 비해 최근에는 취업을 위한 자격증과 문서 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공사문서 위조는 취업 뿐만아니라 결혼의 조건에도 학벌이 영향을 미치면서 비극적인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고 있따.

고등학교를 졸업한 K(33·여)씨는 학벌을 중요시하는 시댁을 속이기 위해 서울 소재 S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말한 뒤 현재 남편과 결혼했다. K씨는 결혼하고서도 시댁의 졸업 진위여부를 계속 원하자 지난 5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45만원을 주고 이 대학 졸업증명서를 의뢰했다.

군산경찰서는 이날 인터넷 광고를 통해 졸업장과 주민등록증 등 각종 위조 증명서를 의뢰한 K씨 등 50명을 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관계자는 “학력을 따지는 사회구조가 문서위조를 통해 한단계 발전하도록 이용되고 있어 도덕불감증이 도를 넘어섰다” 며 “더욱이 기업관계자들이 문서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서 이같은 범행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승만기자·na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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