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을 바꾸게 하는 교육

유기태(전주교육장)

세계 최고의 경영자요, 동기부여가로 잘 알려진 지그 지글러((Zig Ziglar) 박사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지글러 박사가 뉴욕의 지하도로 들어가려는데, 거지가 연필을 팔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남루한 차림의 거지에게 1달러를 건넬 뿐 아무도 연필은 받아가지 않았다. 지글러 박사도 다른 사람처럼 1달러를 거지에게 주고는 그냥 지나갔다. 그런데 얼마쯤 가다가 되돌아와서는 거지에게 “아까 준 1달러어치의 연필을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거지는 지글러 박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연필 한 자루를 건넸다. 거지가 준 연필을 받고나서 지글러 박사는 은은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도 나와 같은 사업가요. 이제 당신은 더 이상 거지가 아닙니다.”

뜻밖의 이야기에 거지는 무척 당황했다. 그러나 거지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듯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래, 나는 더 이상 거지가 아니야, 비록 길거리에서 이러고 있지만 돈 1달러를 받고 연필 한 자루씩을 파는 당당한 사업가야!’

그 순간부터 거지의 자화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은 거지에게서는 더 이상 행인에게 구걸을 하는 비굴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거지는 행인들에게 연필을 파는 사업가로 자신의 자화상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다. 그 후 그의 운명은 바뀌었고 마침내는 큰 사업가로 성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우리 교육자의 역할과 사명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지가 지글러 박사를 만나기 전에는 그의 자화상을 거지로 생각하였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 중에는 자신의 자화상을 부정적으로 또는 나약하거나 무능한 것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일탈의 주인공들이 어쩌면 그들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소극적인 성격이나 열악한 가정환경, 또는 잘못된 교우관계 등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한 채, 휘청거리면서 문제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일으킨 문제 행동에 대하여 벌을 주거나 책임 추궁하는 것으로 그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벌이나 책임 추궁으로 끝나는 것은 참된 교육적 행위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지글러 박사가 거지에게 심어주었던 비전과 용기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의 선생님은 물론이고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지도할 때에는 질책이나 책임 추궁에 앞서 아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아울러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성공한 거지가 훗날 지글러 박사를 찾아와서 한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장님의 한 마디 말씀이 저를 이렇게 변화시켰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연필은 받지도 않고, 돈만 주고 갔기 때문에 저는 늘 거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사장님은 저한테 연필을 받으면서 “당신은 나와 똑같은 사업가야!”라고 하신 말씀은 저의 자화상을 엄청나게 바꿔 놓았습니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상상을 해 보았다. 우리들이 교육현장에서 만나는 문제투성이의 아이들이 먼 훗날 크게 성공하여 부모님과 선생님들을 찾아와서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비전과 용기를 주는 교육을 했으면 한다.

“선생님(부모님)의 따뜻한 한 마디 말씀이 저를 이렇게 바꿔 놓았습니다. 제가 방황하고 힘들 때 이해해 주시고, 꿈을 갖게 하였기에 저는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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