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상>무늬만 감사 재탕, 삼탕 여전 <하>대안은 없나

전북도의회가 전북도와 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사무감사는 '무늬만 감사'라는 평가다. 이번 사무감사 전 의원들은 지난해 보다 많은 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8대 도의회 마지막 사무감사라는 기대와 달리 맥 빠진 감사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더욱이 당해 연도를 넘어 수년간 해묵은 통계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감사 때마다 반복됐고 집행부 공무원 길들이기 식의 자료요구 행태 또한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마무리 한 행정사무감사를 2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제8대 전북도의회 마지막 행정사무감사는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위원회마다 의원참석률이 저조했고 일부 위원회는 아예 열리지 못했다. 각 상임위원실은 회의 진행을 위해 의원들을 섭외하느라 진땀을 뺐다. 기대감은 크지 않았지만 맥 빠진 사무 감사에 실망감이 컸다. 심지어 의회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더욱이 의회 내부의 권위주의 탈피와 의회 전반에 대한 운영제도 개선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민선4기 김완주 도정 살림 전반에 걸친 도의회의 사무 감사는 지난 11일 시작돼 19일까지 7일 만에 끝냈다. 이 기간 도와 교육청의 지난 3년간을 짚어보고 예산은 투명하게 집행됐는지, 특혜는 없는지, 인사과정에서 불이익은 없었는지 등을 가려내기란 그리 넉넉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처럼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감사기간 일부 의원들은 자리뜨기, 호통질의 등과 같은 눈살을 찌푸리는 구태는 여전히 되풀이 됐으며, 피감부서들이 쩔쩔매도록 치밀한 자료를 준비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많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의원 70~80%가 행감 준비에 소홀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잦은 이석과 장시간 자리 비움도 여전했다. 모든 위원회가 관행처럼 예정시간보다 20~30분 늦게 시작하기 십상이고 잦은 이석으로 2~3명의 의원만 감사장을 지킨 위원회도 있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 행사를 쫓아다니느라 감사 집중도가 떨어져 자료 준비에 밤잠을 설친 피감부서 공무원들의 맥을 풀리게 했다.
게다가 질의내용 역시 정부합동감사나 지난해 실시된 감사, 언론에서 다룬 내용들도 상당수 포함돼 ‘재탕’, ‘삼탕’ 질문을 던지는 가하면 감사인지 도정질의인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인지 분별할 수 없는 바람에 맥 빠진 분위기 속에 사무 감사가 진행됐다는 평가다. 특히 선택과 집중이 아닌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심문에다 확인하는 절차에 그치면서 의회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부 피감 실국, 산하기관 공무원들은 도의원의 질문에 난처한 순간만 모면하겠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한편 감사 후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 의원들을 당혹케 했다.
하지만이번사무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은 과거 행정사무감사와의 차이를 보였다는 진단이다.
A의원은 "마지막 행정사무감사지만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다 보니 생사기로에 선 의원들이 감사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았다"며 "사무 감사 때마다 비난이 나오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규호기자 ho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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