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정관용씨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신간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가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왔다. 팽팽한 양 극단의 논리 한 가운데서 1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토론을 조직해 온 저자가 우리 사회에 소통이 부재한 원인과 역사, 문화, 정치적 한계를 특유의 객관적인 시각에서 분석, 진단하고 건강한 공동체의 미래를 제안하는 명쾌한 소통 교과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당파적 신념이 과독하게 넘친다고 지적한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먼저 묻고 가른 다음, 같은 쪽이면 그가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주장을 펴든 일단 맹신한다. 특히 저자는 강조하는 회색이야말로 가장 풍부한 색이라고. 흑과 백이 격렬하게 섞여 만들어낸 회색의 영역에 바로 소통의 비밀이 숨어 있다. 경우에 따라 사안에 따라 검은색과 흰색의 장점만을 가려내고 적절히 섞어 우리 공동체 전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만들어 내야 한다. 폭넓은 회색지대에 선 다수의 회색인들이 중심 세력이 되어 무책임한 진영논리를 압도해야만 공동체의 미래를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늘 싸움으로만 치닫는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시사토론 프로그램이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 토론 프로그램의 순기능과 성립 요건, 그리고 정치적 목적과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 간의 신경전과 토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편파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는 제작진과 진행자들의 이야기와 변명 등 실제 토론 현장에서의 뒷이야기를 읽는 재미는 이 책이 주는 덤이다. 또한 책 속 부록에는 방송토론 진행의 교과서라 불리는 저자가 방송토론의 준비부터 실전까지 고려해야할 점과 효과적인 설득의 법칙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한편 1962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정관용씨는 서울대 사회학과와 국민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등학교 시절을 시인을 꿈꾸기도 한 저자는 대학졸업후 현대사회연구소에서 근무했다고 1980년대 말 CBS 라디오에서 시사해설을 맡았던 것을 계기로 방송활동과 저술 활동을 시작하면서 시사평론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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