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각과 서예를 두루 겸비해야하는 서각은 이른바 사찰과 건축물에 현판과 주련 등에 이용되면서 선조의 슬기를 접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세월에 밀려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서각작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최수일씨는 서각의 예술화를 주창하면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내고 있다.
현봉 최수일(53)씨의 일곱번째 개인전이 11일에서 17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린다. 2008년 개인전에 이어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자신의 최근작을 통해 서각인생 20년이 넘었고 개인전을 연지 15년을 반추하는 시간이다. 서예로 시작한 그의 예술 활동은 서각예술의 길로 들어선지 20여년의 세월이 작품에 녹녹히 묻어나 작품의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된다.
최수일 작가는 ??첫 개인전을 연 것은 15년 전의 일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설프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죽여주는 작품??에 대한 소망은 여전하고 오히려 지금이 더 강하다, 밤새 써 놓은 글씨들을 아침에 펼쳐 볼 때마다 늘 내 목을 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작가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단련되어야 한다는 심정이 그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어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면서도 서각이 갖는 고유의 심성을 놓치지 않고 있어 감상자들도 서각을 이해하는데 큰 일조를 하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글자의 변형으로 서각을 현대화한 작품과 다양한 색을 입혀 조형성을 강조하면서 대중화에 한껏 힘을 실었다. 단순히 파내고 새기는 것이 아닌 나무의 결을 따라 자연과 서체가 합일을 이루는 화면 구성으로 입체적이면서 안정적이고 역동적이다.
한편 최수일씨는 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과 동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한민국서예대전과 전라북도서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서예와 미술이 주는 조형적 감각과 조각이 주는 입체감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이상덕기자· 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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