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소득 400만원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가는 김재황씨(가명·53)는 요즘 살맛을 잃었다.
청춘을 받쳐 일해 온 KT 전북본부가 오는 24일까지 명예퇴직(이하 '명퇴')자 신청 접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2003년 KT가 5500명이라는 인원을 한꺼번에 퇴사시킨 특별 명퇴 바람에도 간신히 살아남아 억세게 운 좋은 줄 알았다.
당시에는 자신보다 입사가 빠른 동료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래서 가까스로 명퇴를 피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신도 모르게 아래 직원이 많아졌다. 명예퇴직을 하면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고 묵묵히 버티자니 연차가 적은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이 연일 좌불안석이다.
김씨는 "아이들을 쳐다보면 마냥 죄를 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며 ”그렇다고 아내에게 명퇴를 하겠다는 말도 못하겠고...... 죽을 지경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근 KT 전북본부 직원들 사이에 명퇴바람이 불면서 회사 안팎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전국 KT 직원수는 대략 3만7000명. 이중 전북본부 직원은 1천여명. 전체 직원의 5%에 그친다. 그러나 연령대가 높아 전북본부 전체 직원 중 80% 가량이 명퇴 대상에 포함된다.
17일 KT 전북본부에 따르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노조의 요구와 생산성 향상, 개혁, 혁신 등을 추진하기 위해 오는 24일까지 명예퇴직자 신청을 받는다.
전국적으로 3천명을 감원시키는 이번 특별 명예퇴직은 당초 '근속 20년 이상 직원 대상 명예퇴직을 이번 4분기에 한해 근속 15년 이상으로 조건을 완화했다. 그리고 올 연말안에 명예퇴직자를 처리한다는 방침을 직원들에게 공고했다.
KT는 이번에 명퇴하는 직원에게 정년까지의 잔여기간과 직위에 따라 기준임금 1년치를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명퇴금은 15년 이상 근속자의 경우 1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KT 전북본부 한 관계자는 "본사측에서 노동조합의 특별명퇴 요청을 수용하고 자체적인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이번 명퇴 결정을 내려 진 것 같다”며 “이번 명퇴 이후에도 현장인력 보강하고 인력을 재배치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일기자 psi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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