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만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망의 새만금 관광단지가 기공되고, 내년부터는 방조제 도로의 개통이 확실시 되고 있다. 산단의 분양, 거기에 새만금 신항까지 추진된다니 새만금이 지리한 세월의 인고를 딛고 세상을 향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는 모습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 볼수록 새만금은 국책사업으로 2~3등의 푸대접을 받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먼저 내년도 예산을 살펴보자. 반 토막이란 말이 적절하다. 정부의 내년도 새만금 예산요구액은 2,964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무려 2,000여억원이 잘린 금액이다. 내부개발 예산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농식품부 소관의 새만금 내년 예산은 1,772억원으로 지난해 3,726억원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방수제 공사 예산인데 고작 660억원 밖에 안 된다.
왜 이렇게 예산 투자가 형편없느냐는 질문에 명품도시를 확정 짓고 환경대책을 세운 뒤 본격 투자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이 말은 앞뒤가 잘 안 맞는 변명이요 허구다. 새만금은 방조제 공사를 마쳤으니 이제는 내부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순서다. 네덜란드의 쥬다지처럼 바다를 막았으니 그 다음으론 예산을 집중 배정하여 물길을 다스리는 방수제 공사를 서두르면 되는 것이다.
방수제 공사의 지연, 이것은 새만금 내부개발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다. 내년에 홍수라도 나면 엄청난 토사가 유출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토사 부족 등으로 내부개발은 끝없이 터덕여 질 수밖에 없다. 여기다가 일부에서 환경문제와 곁들여 해수유통 주장까지 하고 있어 우리를 짜증나게 하고 있다. 새만금 해수유통은 이미 5~6년 전에 2백만 전북도민들의 절대적인 반대로 폐기된 사안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 사안을 누가 왜 다시 끄집어 내 불씨를 살리려하는지 그 음모의 일단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새만금이 이처럼 내환에 발목을 잡혀 꾸물대는 사이 우리와 경쟁상대인 중국이 새로운 위협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천진지구에 새만금의 6배 정도인 7억 평 규모의 대형개발 사업을 서둘고 있다. 갯벌과 염전을 메워 추진하는 이 사업은 중국 북부개발의 거점이다.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새만금의 외자유치 등에 차질이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데도 이상한게 있다. 쥐꼬리 예산 배정에 국제경쟁 환경까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데도 우리 전북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해수유통 운운하는 소리가 들리고 어느 국회의원이 방송에 나와 새만금은 잘못된 사업이라고 떵떵거려도 누구하나 나서 분기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고 따지는 사람이 없다. 새만금 내부개발 예산이 지금처럼 싹둑 깎여서 공사가 질척인다면 소위 명품도시 선정과 새만금 신항만 예산 배정 등이 생색내기용이란 지적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새만금 추진 18년 간, 우리 전북도민들은 때로는 삭발하고, 때로는 혈서까지 써가며 투쟁해왔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만금이 우리 전북도민들을 다시 시험대에 세우고 있다.


언 론 인
이 길 용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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