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승 우(군장대학총장·행정학박사)

다사다난했던 2009년 세밑도 며칠남지 않았다. 새로운 다짐과 함께 새해를 맞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를 보내야한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아쉬울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남은 며칠 동안 학연·지연·혈연이 통하는 각양각색의 모임에서 이런 저런 아쉬움을 달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지나 온 시간과 그동안 겪은 일을 되돌아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우리는 당초 계획했던 일이 제대로 잘 풀렸다고 생각될 때 기뻐하며,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될 때 회한의 감정을 갖게 된다. 우리는 이처럼 일종의 자동조정 원리인 피드백(feedback) 과정을 통하여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며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고전에서도 반성은 인간의 도리였다.
<논어 학이편(論語 學而篇)>에서 증자(曾子)는 ‘나는 하루에 세 차례 자신을 반성한다(吾日三省 吾身)’고 말했다. 남을 위하여 일을 꾀함에 있어서 불충하지 않았는가(爲人謀而不忠乎), 벗과 사귐에 신의를 저버린 일은 없었는가(與朋友交而不信乎), 내가 확실히 모르는 것을 아는 척 남에게 전하지는 않았는가(傳不習乎)를 두고 매일 반성한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흔히 저지르기 쉬운 일을 증자는 그릇됨 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했던 것이다.
올해 국제적으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초래한 금융위기, 지구 기후변화, 신종인플루엔자의 창궐, 한줄 블로그 인터넷 웹사이트 트위터(twitter)의 대중화,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진행되는 의미 없는 전쟁 등이 주요 이슈였다. 국내적으로 전직 대통령의 자살, 미디어법 강행처리와 위헌논쟁, 녹색성장, 4대강 개발, 한국 최초 우주선 나로호 발사, 세종시 원안수정,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조인, 인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조인, 쌍용자동차 파산 및 노조파업, 외국어고등학교 존폐문제 등이 주요 이슈였다. 모두가 글로벌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일들이었다. 어느 것 한 가지 별도가 아니라 모두가 관련되어 있다는 인식아래 공통의 이해와 공조를 통해서만 해결해나갈 수 있는 일들이었다.
사회와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성과(performance)가 있고 없음이 개인과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준거가 됨으로써 자기실현을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었던 한해였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사회든 국가든 비전과 목표설정과 실현의 과정에서 순서와 범위는 다소 상이할지언정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과 노력의 정도는 동일한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이지만 사회나 국가도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편견에 치우칠 때 많은 비효율과 낭비와 손실이 발생한 일이 적지 않았다. 국가적으로는 세종시 원안의 수정시도,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변형된 국토대운하사업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우리 지역의 경우에도 새만금개발과 관련된 사업, 기업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사업들에 대해 반성할 일이 많았다.
우리는 새만금내부개발을 위한 기본계획의 수립,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 지정이후 국내외 투자유치 추진,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사업 등 국책사업의 추진과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아 등 수많은 기업의 도내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 년 내내 도민들을 위한다고 추진했던 사업들이 그 추진과정에서 도민들에게 불충(不忠)하지는 않았는지, 신의를 저버린 적(不信)은 없었는지, 잘 모르고 추진한 것(不習)은 없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연 성과(Performance)는 있었는지를 제대로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
2010년 6월2일에는 제5기 지방선거가 있다.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 군수, 도의원, 시의원, 교육위원 등 이 지역의 정책을 책임지고 추진할 공직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지역발전의 좋은 기회를 십분 살리고 보다 살기 좋은 전북을 만들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가진 역량 있는 사람들의 출마와 이들의 단체장 선출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일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더 이상의 뼈아픈 반성과 후회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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