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단체장’을 경계한다

이백수칼럼(신년호)

지방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출마예상자들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여기저기서 거명된다. 도지사, 시장 군수, 광역 기초의원 등의 4대선거에다 교육감선거까지 동시에 이뤄지다보니 연초부터 선거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도는 1952년부터 10년간 실시되다 5.16이후 1962년부터 30여년간 중단됐다. 이후 1995년 6월 27일 4대 지방선거 실시와 함께 다시 부활돼 오늘날에 이르렀다. 따라서 올해 6월2일 치러지는 선거는 자자제가 부활된 이후 벌써 4번째 지방선거다.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주민의 직접참여를 통해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지방행정을 수행하는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때문에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컬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는 아직도 미흡한 자치의식과 함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업무 및 재원의 분배 등이 숙제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같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와 더불어 제왕적 단체장의 전횡 등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부정적인 사례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어 민주주의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통계를 보면 민선4기 즉,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230명의 선출직 자치단체장 가운데 15%가량인 36명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중도하차했다. 이처럼 단체장이 중간에 그만 두게됨으로써 다시 시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행.재정적으로도 많은 비용을 수반한다. 중앙선관위 집계를 보면 최근5년간 치러진 재보궐선거 비용으로 1200억여원의 혈세가 낭비됐다.
자치단체장의 중도하차는 뇌물수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당선된 이후 직위를 이용해 뒷돈을 챙기다 덜미를 잡혀 사법처리되는 경우이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시군에서 발주하는 공사와 청내 승진인사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이들에게 ‘법대로’는 남의나라 이야기다.
단체장들의 초법적인 행태와 더불어 비도덕인 ‘군림’은 그 도를 넘어서기 일쑤여서 지역민과 공무원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관내 공무원들을 ‘한줄로’ 세우는 등 공복은 없고 제왕만 있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도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군은 초대 군수가 허위공문서 작성혐의, 후임군수가 사무관 승진대가로 뇌물수수, 이후 보궐선거로 당선된 군수는 공사관련 뇌물로 지금도 영어의 몸이 됐다. 군수에 당선되는 족족 구속사태를 면치 못하고 있으니 군민들의 피해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군수들은 군민들에게 사과한마디 없이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버렸다.
이들은 군수선거때 ‘지역발전을 위해 군민들의 상머슴이 되겠다’고 자처했었다. 하지만 당선된 후의 일탈은 지역발전의 퇴보는 물론 군민들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시켰다. 선거당시 그를 지지했던 군민들은 잇따른 군수의 구속으로 민심마저 흉흉해졌다고 한탄한다.
또 단체장의 구속에 못지않은 것 중의 하나로 비도적인 행태가 있다. 이들 자치단체장은 직위와 행정행위를 빙자해 교묘히 공무원들을 한줄로 세우고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혈안이 돼있다.
도내에서 또 한사례를 보면 어떤 군수는 그야말로 제왕적 단체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자신에게 밉보이거나 바른말을 하면 그길로 면단위로 인사조치해버려 공무원들을 설설 기게 만드는 등 제멋대로 군수였다.
이처럼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제왕처럼 군림할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견제장치의 부족이다. 단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는 지방의회를 꼽을 수 있으나 도내의 경우는 특정당 일색이어서 견제보다는 방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체장은 시군의원들의 암묵적인 지원을 받으며 군림하면서 그들에게도 지역구사업 밀어주기 등 ‘당근’을 제공함으로써 공생관계를 형성한다. 때문에 일탈된 지방자치단체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주민소환제나 주민감사 청구권 등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지방자치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때문에 올 지방선거는 성숙한 자치제로 가는 디딤돌이 되도록 주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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