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이게 웬 날벼락인지...10년 넘게 고물상을 하며 모은 1억 원 넘는 전 재산을 넣어왔는데 우린 죽으란 말입니까.” (전주시 태평동에 사는 60대 여성 심모씨)
“대출만기일이 곧 다가오는 데 일부라도 상환해야 한다고 한다는 데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전일이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았다면 전액 연장신청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우리같은 영세기업들은 어찌살라고 정말 앞날이 캄캄합니다.”
▲통곡의 설명회장=전일저축은행의 관리자인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오후 2시 전북교육회관(구학생회관)에서 향후 처리일정과 예금자 보호대책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예상대로 2000여명에 달하는 고객들이 찾아와 은행 관계자들에 대한 고성과 원망서린 고객들의 항의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자신들이 예치한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예보측에 따르면 영업정지에 따른 예금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2주 후부터 농협이나 전북은행 중 한 곳에서 가지급금 형태로 예금 중 일부(1000만원 한도)를 지급한다. 하지만 5000만원 이하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 전액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하지 않는 한 받지 않아도 된다. 특히 빠르면 3~4개월 후 가교은행이 설립되면 만기예금은 원금에 약정된 이자까지 지급하는 등 정상거래가 가능하며, 만기 이전 예금자는 중도 해약할 수 있다. 가교은행이 설립되지 않고 저축은행이 파산처리되면 예금자에 대한 이자는 약정이율이 적용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낮은 공시이율(2.33%)이 적용된다. 그러나 최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저축은행 중 단 한곳도 파산처리된 사례가 없어 가교은행 설립을 통한 예금 보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정상화불투명=전일저축은행의 회생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불투명하다. 지난 해 전일저축은행은 금감원의 증자 명령을 받고 800억 원 450억 원 상당을 투입했지만, 이 자금 출처에 대한 적정성과 투명성조차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데다가 작년 11월 현재 부실상황이 더욱 노골화되면서 권고치인 BIS기준비율이 마이너스 11.13%에 달하면서 증자해야 할 금액은 1500억원선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정상화 시한인 두 달 안에 이같은 규모의 증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예금보호공사가 설립한 가교은행을 통해 또 다른 저축은행 등 제 3자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크다. 이미 고려저축은행이나 부안현대저축은행 등 부실화된 지역 내 저축은행 등도 제 3자 매각을 통해 정상화됐다.
▲책임자 줄줄이 형사처벌=현재 금융당국은전일저축은행이 부실화된 원인 등에 대한 집중 실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부실원인은 지난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악화된 경기침체에 따른 거래업체의 부실화와 부동산경기하락,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취급 등이지만, 실질적인 원인을 찾아 책임자들에 대한 부당대출 여부에 따라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물론 실사 결과 대표이사 등 임원진들의 불법성이 드러나지 않으면, 고발조치를 취하지 않지만, 부당대출 등의 사실이 밝혀지면 업무상 배임과 상호저축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정치권 나서야=4일 은행 객장에서 만난 박모(47·여)씨는 “30년 넘게 이곳에서 예금을 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생명과도 같은 돈을 떼일 줄을 상상조차 못했다”며 “1억에 달하는 돈을 넣었는데 5000만 원 이상을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지, 힘이 된다면 정치권이라도 나서서 해결책을 강구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책을 강구해달라는 목소리가 온종일 은행과 설명회장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또 ‘자체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없느냐’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역경제 사정에 비춰볼 때 전일사태는 예금자 피해는 물론 지역 경제 전반에 걸쳐 ‘핵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일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치권 안팎의 남다른 대책마련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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