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이게 웬 날벼락인지...10년 넘게 고물상을 하며 모은 1억 원 넘는 전 재산을 넣어왔는데 우린 죽으란 말입니까.” (전주시 태평동에 사는 60대 여성 심모씨)
“대출만기일이 곧 다가오는 데 일부라도 상환해야 한다고 한다는 데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전일이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았다면 전액 연장신청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우리같은 영세기업들은 어찌살라고 정말 앞날이 캄캄합니다.”
지난 달 31일 전일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소식이 전해진 이후 첫 문을 연 4일 전일저축은행 객장과 설명회장은 그야말로 통곡과 원망소리로 가득하고, 망연자실한 고객들의 항의와 반발로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새해벽두부터 터져나온 전일 사태는 지역내 서민가계와 기업경영에 ‘직격탄’이 되면서 향후 전북 경제의 암울한 현실을 예고하고 있었다. 특히 수백억 원의 예금자 피해와 더불어 제2금융권을 이용한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일사태로 인한 지역민 피해와 경제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피해를 본 서민가계와 영세기업 등을 보듬고 위로할 수 있는 지역정치권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통곡의 설명회장=전일저축은행의 관리자인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오후 2시 전북교육회관(구학생회관)에서 향후 처리일정과 예금자 보호대책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예상대로 2000여명에 달하는 고객들이 찾아와 은행 관계자들에 대한 고성과 원망서린 고객들의 항의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자신들이 예치한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예보측에 따르면 영업정지에 따른 예금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2주 후부터 농협이나 전북은행 중 한 곳에서 가지급금 형태로 예금 중 일부(1000만원 한도)를 지급한다. 하지만 5000만원 이하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 전액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하지 않는 한 받지 않아도 된다. 특히 빠르면 3~4개월 후 가교은행이 설립되면 만기예금은 원금에 약정된 이자까지 지급하는 등 정상거래가 가능하며, 만기 이전 예금자는 중도 해약할 수 있다. 가교은행이 설립되지 않고 저축은행이 파산처리되면 예금자에 대한 이자는 약정이율이 적용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낮은 공시이율(2.33%)이 적용된다. 그러나 최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저축은행 중 단 한곳도 파산처리된 사례가 없어 가교은행 설립을 통한 예금 보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5000만 원 이상 예금자 어떡하나=현재 전일저축은행 거래 고객은 6만5000여명. 이중 상당수는 5000만원 이내 고객이지만, 5000만 원 이상 예금한 고객들이 3,550여명에 달한다. 이 중 1억 원 예치한 고객은 200여명으로, 약 600억 원에 달하는 예금자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 대부분은 퇴직금을 정기예금으로 예치해 놓거나 평생 시장 일대에서 노점상 등 장사를 하며 노후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저축한 경우라서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다행히 두 달 안에 유상증자를 통한 자체 정상화가 이뤄지면 전액 보호받을 수 있지만, 다른 저축은행으로 계약이 이전되면 추후 재산실사를 통한 배당을 통해 피해금액 일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예상되는 배당금액은 총 예상피해금액 600억 원 30% 수준이다.
▲대출피해 우려=예금자 피해뿐만 아니라 전일측과 거래한 기업과 가계의 대출 피해 또한 우려된다. 6월30일까지 만기도래 어음 및 대출의 만기연장, 이자수납 등 일부 업무는 진행
되지만, 기존 전일과의 거래처럼 일부 기업과 가계의 전액 만기연장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일의 기업과 가계의 총 대출금액은 1조 1000억 원. 예보측은 영업정지 기한 중 만기도래한 기업 등에 대해서는 원금 상환 비율에 따라 대출금을 연장해줄 방침이다. 10% 상환시 3개월, 20% 상환시 6개월 연장시켜주기로 했으며, 부실가능성이 높은 대출자에 한해서는 전액 상환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금융권 대출이 힘겨워 2금융권을 찾아 대출받았던 영세기업과 가계는 상환 압력에 시달리고, 부도 위기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예보와 금감원측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해 만기도래 대출이나 어음에 대해 최대한 연장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하지만 일부 상환기준을 정해 연장할 수밖에 없고, 기존 거래에 문제가 있을 만큼 신용상에 문제가 되는 대출에 대해서는 채권회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은숙 기자myiope@<7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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