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의 서울주체의 역사적 의미

올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는 단군이래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로 일컬을 만큼 대한민국이 국제적으로 그 위상이 격상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2010년 G20 정상회의 주최를 통해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반회원 국가에서 운영회원 국가로 격상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G20정상회의가 보다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게 된 계기는 작년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G20 정상회담에서 G20이 국제경제협력을 위한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으로 격상됨에 따라 G20 정상회의가 실질적인 세계경제 운영위원회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인정 받으면서였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국제안보 분야에서 UN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경제 및 금융분야에서 G7으로 양분되어 국제질서를 관리해왔다. 그러나 이제 G20의 격상으로 앞으로 국제사회는 경제분야에서 G20, 국제안보 분야에서 UN 안보리라는 두 개의 운영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G20의 기능과 역할이 과거 G7의 의제도 확대되었던 전례가 있기에, 점차적으로 정치와 안보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91년 대한민국이 UN에 가입하여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된지 근 20년만의 외교적 쾌거다. 1995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zation fro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에 가입, 2007년에는 UN 사무총장 배출 등의 성과를 올렸지만, 국제사회의 리더국으로 공인받은 것은 G20의 참여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G20의 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진전된 글로벌 거버넌스의 역사적 의미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삶의 규제를 받고 있는 민족국가(Nation State)는 정부(Government)를 통해 범이나 규정을 제정하고 집행하지만, 글로벌 거버넌스가 활동하게 되는 국제사회에서는 법집행을 강제할 수 있는 세계적 차원의 정부조직이 없다. 그러다보니 국제질서는 자칫하면 무정부상태로 빠지게 된다.
비록 세계정부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규범이 존재해 왔다. 국제사회는 국가 간의 조약, 개인과 민간기관의 거래 등을 통해 다양한 국제규범을 만들어 왔다. 또 국제사회는 국제기구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국제규범을 만들어 집행하기도 해 왔다. 그런데 UN의 중요 기능은 전쟁 방지와 평화유지가 되었으며, 경제 분야는 실질적으로 UN과 분리된 국제기구에서 전담해 왔다.
IMF, GATT, World Bank가 국제경제분야에서 국제질서를 확립해 왔다. 그러나 국제적인 규범이 공식적인 절차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 기구 내에서도 비공식적 과정이 중요하다. 강대국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세계경제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G7이라는 비공식 협의체를 만들어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헤 왔다. 그런데 비공식 기구와 절차가 확산된 배경에는 국제기구의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UN과 IMF에 대한 불신감을 20세기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그러나보니 G7만으로는 세계경제를 다루기가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선진국가 간에 확산되게 되었다. 중진국으로의 참여확대는 불가피했다. G20의 참여는 한국외교 기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것은 한국외교의 중심이 과거의 동북아 안보, 동맹관리에서 벗어나 글로벌 거버넌스의 참여, 안보네트워크, 국제사회의 기여, 국제사회 규칙 제정 등으로 확대 이동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한국외교의 많은 숙제도 안겨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G20공고화에 기여하는 방안을 찾는 일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한국이 2010년에 의장국과 주최국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하는 일이 급하다. 의제설정, 참가국 선정, 합의 사항 조정은 물론 아젠다 개발에서도 한국은 글로벌 수준의 능력과 지도력을 보여야할 것이다. 또한 경제팀과 안보팀의 철저한 공조체제를 가동해야 할 것이며, 국제테러 위협으로부터의 안전과 준법정신에 철저한 시민정신의 성숙성도 다시한번 재검점해야 할 것이다.

이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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