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군산 월명중학교강당. 아직은 앳된 목소리지만 잔뜩 힘이 들어간 소녀들의 기합소리로 가득 찼다. 저마다 한손에는 글러브를 한손에는 자신의 주먹보다 2배나 더 되어 보이는 큼지막한 소프트볼을 주고받으며 훈련에 열중이다.

“좀더 빠르게 움직여야지. 자세는 숙이고, 공을 끝까지 주시하란 말이야.”

박노식 월명중 소프트볼 코치(전 LG트윈스 투수)의 불호령은 계속되지만 이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큰 목소리로 서로를 북돋아 준다.

지난해 3월 창단한 월명중학교(교장 조기문) 소프트볼. 이들은 창단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전국소년체전에서 3위를 비롯해 각종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월명중학교 소프트볼 팀은 유일한 도내 중고 학교 체육 팀이다. 소프트볼은 경기 규칙이 비슷한 야구와는 달리 아직까지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을 받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전국에서 소프트볼 팀을 육성하는 팀은 12개 팀에 불과하다.

소프트볼이 소년체전 정식 종목이 아니라 지원되는 금액은 턱없이 부족하며 모래가 섞인 흙조차 깔리지 않은 울퉁불퉁한 운동장에서 직접 돌을 골라가며 훈련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월명중학교 소프트볼 팀은 이러한 현실에 불만조차 갖지 않는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상급 학교 진학 문제가 이들을 서글프게 하고 있다.

“저 말이죠. 정말 소프트볼이 하고 싶어요. 하지만 부모님이 먼 곳 까지 가서 소프트볼을 하라고 하지 않으시네요. 저 어떻게 하면 좋죠?”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한나(16)양이 한숨을 내쉰다.

그도 그럴 것이 도내에서는 원광대학교가 있지만 이를 연계하는 고등학교 팀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미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 3명은 2학기부터 전남 순천에 위치한 강남여고로 진학하고 있다.

박노식 코치는 “학교나 교육청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근본적인 진학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어린 학생들에게 많은 상처를 준다.”며 “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산=임태영기자․kukuu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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