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사건 수사에서 경찰관이 동의를 얻지 않고 용의자의 집에 들어가 피해품을 갖고 나왔다면 잘못된 것으로 공소사실은 무죄라는 항소심 판결까지 나왔다.

최근 항소심에서 경찰관의 음주측정이 적법절차에 따르지 않은 증거일지라도 피고인이 응했기에 유죄로 인정한 것과 달리, 이번 판결은 경찰의 위법절차는 항소심에서도 인정할 수 없다는 첫 판결이다.

전주지법 제 2형사부(재판장 부장판사 김종문)은 9일 자신의 집을 수리하러온 수리업자의 공구를 훔쳐 절도 혐의로 약식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모(68·여)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작업드릴이 없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물품이 있는 현장에 함께 간 경찰이 피고인의 동의를 얻지 않고 피고인의 집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사진촬영을 하고 드릴을 가져온 행위는 영장 없이 이뤄진 수색이며, 이 같은 취지에서 이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최근 잇딴 무죄판결을 감안한 듯 판결문에 이례적으로 보란듯이 A4용지 두장에 걸쳐 수사기관의 적법절차에 관한 헌법 12조와 형사소송법 215조, 216조, 217조 220조 등 관련 법 조항들을 적어놓기도 했다.

박씨는 지난 2008년 7월 중순께 무주군 부남면 자신의 집에 수리하러 온 A(36)씨의 30만원 상당의 작업드릴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은 “압수수색 없이 당시 조사가 이뤄졌고, 수색이후 수색조서 역시 작성되지 않았으므로 위수색은 위법하다”며 무죄를 선고 했고 검찰은 이에 불복 항소했다.

한편, 전주지법에서는 최근 들어 음주측정과정과 지명수배자 체포과정 등 일선 경찰관들의 적법절차를 무시한채 이뤄진 형사사건에 대한 무죄판결이 잇따르고 있다./백세종기자·103bell@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