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금융위기 여파로 도내 건설, 제조, 금융계가 타격을 받으면서 설 명절 경기가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다.
특히 매년 가파른 물가 상승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갑이 얇아진 도민들은 설 명절 전 한숨소리만을 토해내고 있다.
▲도내 건설업계=수년째 지속된 경기 회복 지연과 수주환경 등이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상위 10~20%를 제외한 도내 건설업체 상당수가 지난해 부진한 영업실적으로 넉넉한 설 상여금 대신 직원 급여와 사무실 운영비, 기타 관리비 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연초 폭설과 한파로 한 동안 현장을 가동하지 못한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기성수입이 줄어든 데다 3월 이후 본격적인 공사 착수에 따른 선투입 비용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4대강을 비롯한 대다수 공공 공사가 도내 건설업체와 상관없는 대기업 수혜물량이어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도내 건설업계가 물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K건설업체 대표(56)는 “물가상승으로 자재비와 관리비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수입이 줄어 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승진이나 설 상여금은 고사하고 지난해 동결한 급여를 올해 더 낮춰야 할 형편”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도내 중기 자금사정 곤란=중기중앙회 전북본부가 도내 중소기업 127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 명절 자금사정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업체 중 절반이 넘는 57.5%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금사정이 곤란한 이유로는 매출감소(30.9%)가 가장 많았고, 원자재가격 상승(25.6%), 판매대금 회수지연(18.6%) 등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역 기업들은 거래처 대금지급 지연(43.0%)과 대출원금및 이자 연체(20.4%), 세금 및 공과금 연체(17.6%), 직원임금 체불(11.3%), 휴폐업 또는 부도위기(1.4%) 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올해 설 명절에 도내 중소기업은 평균 1억4200만원의 자금이 필요하며, 이중 필요자금의 28%인 4000만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납품대금 조기회수(46.2%)와 대금결제 연기(22.0%), 어음할인 (11.0%) 등으로 부족자금을 확보하려는 업체가 지난해(6.2%) 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설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있는 업체는 75.6%로 조사됐으며, 이즐 중 대부분은 작년과 같은 수준이거나 줄었다.
▲온누리상품권 판매 ‘최악’=설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전통시장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이 도내에서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북중기청에 따르면 설 대목을 앞둔 8일 현재 판매된 온누리상품권은 2억1300만원. 이는 전국 총 판매금액인 185억 원의 1.2%에 불과한 수치다. 특히 올해 들어 판매된 금액은 지난 달 1900만원에 그쳤고, 설 명절을 앞둔 현재 2500여만 원밖에 팔리지 않고 있다. 반면 전국적으로는 지난 한 달 동안만도 50억 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고, 설을 앞두고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대량구매가 잇따르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전북중기청 관계자는 “도내에서는 대기업이 거의 없는데다가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참여가 많지 않고, 타 지역에 비해 설 경기가 나빠선지 많이 팔리지 않고 있다”며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만든 상품권인 만큼 명절 때만이라도 많이 팔릴 수 있도록 기업과 기관 등을 상대로 적극 홍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은숙·박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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