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40대 가장이 아픈 환자들에게 설 선물로 장기기증을 하고 새 삶을 준 뒤 영면에 들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18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이던 지난 13일 새벽 고(故) 이명주(44·서천군 장항읍)씨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급히 전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외상성 뇌출혈이 너무 심해 소생 가능성이 희박했고 결국 뇌사상태에 빠졌다.

가족과 함께 보내야할 설 에 이 씨 가족들은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에 잠겨 있어야 했다. 아내 김옥연 씨와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고, 세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기 때문.

그 와중에도 병원 측에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알려온건 이 씨의 부인과 아들이었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이씨가 평소 장기기증 의사를 피력했었고 실제 장기기증 희망 신청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이씨가 기증한 심장, 간, 신장, 각막 등 장기는 설날 당일인 14일 전국 6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이라는 가장 큰 선물로 전해졌다.

간과 신장, 각막 2개 등이 전북대병원에서 투병 중이던 4명의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이식됐다. 심장은 서울 지역의 환자에게, 남은 신장 하나는 전남 지역 환자에게 각각 전해졌다.

수술은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설날 새 생명을 이식 받은 환자들은 빠르게 회복 중이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도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 등을 기증하고 선종한지 정확히 1년이 되는 지난 16일, 이 씨의 장례가 조용히 치러졌다.

아내 김씨는 “고인의 뜻을 생각해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됐다”며 “기증을 받게 된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살게 된다면 하늘나라에 있을 남편도 함께 행복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김영곤 원장은 “장기기증자들의 숭고한 뜻과 병원의 적극적인 뇌사자 관리로 전국에서 대기중 만성질환자들이 큰 수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한 해 전북대 병원에서 모두 21명의 뇌사자가 장기를 기증해 88명의 만성질환자들에게 새 삶을 줬고 18일 현재 벌써 6명의 뇌사 장기기증자가 있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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