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건 600돌을 맞는 전주 경기전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서의 완성도 제고를 위해서는 현재 없어진 원형 시설물 복원과 태조어진 구본 발굴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올해 창건 600주년을 기념해 수십억의 예산을 투입, 경기전 내외부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상징적 원형 시설물 복원 및 어진 구본 발굴을 위해 고증작업 추진과 문화재청 승인 신청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전주시에 따르면 국가사적 제339호인 경기전은 조선왕조를 개국한 태조어진을 모신 곳으로 어진이 봉안된 정전은 지난 2008년 국가 보물 1578호로 지정됐으며 올해로 창건 600주년을 맞았다.
이 같은 경기전은 내신문 내의 신로 및 향로의 엄격한 격식 그리고 정전과 정자각의 평면 조합 및 어방구조 등의 특색을 가지며 남한에 현존하는 유일한 태조친전이라는 점에서 보물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는 이 같은 경기전의 문화재적 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 태조어진에 관한 학술대회와 특별전시회, 태조어진 이안제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함과 아울러 모두 20억원을 투입해 경기전 단청보수와 배수로정비, 수목 식재 등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경기전은 일제시대 당시만 해도 설치돼 있던 일부 원형시설물이 사라진 채 복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남한 유일의 태조친전 보물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라진 대표적 원형시설물은 경복궁 등 궁궐과 국가적 제례의식이 행해지는 주요 문화재의 화재 예방을 위해 설치된 드므(넓적하게 생긴 큰 독이라는 순수한 우리말)다.
주로 궁궐 앞 등에 설치된 드므는 물을 채워놓은 방화수 역할을 했으며 침입해오던 화마가 물에 비친 자신의 무서운 모습을 보고 놀라 달아난다는 설도 담겨 있다.
지난 1897년 경기전의 규모와 연혁, 제사절차, 소요물품 등을 망라한 책 '경의전의(慶基殿儀)'는 정전으로 이어지는 신로 좌우에 각각 3개씩 6개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드므는 1910년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국내 문화시설을 파악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위)에도 담겨있다.
이와 함께 제례의식 때를 제외하고는 공개하지 않는 어진 특성과 햇빛으로 인해 탈색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정전 문 앞에 설치됐던 차양시설(대나무 발)도 현재는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태조어진의 구본을 백자 항아리에 담아 묻었다는 ‘어진이모도감의궤’의 기록이 남아있어 세초(어진을 만들고서 낡은 어진을 없애는 일)과정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각종 유물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발굴 작업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석대학교 조법종 교수는 "전주경기전의 문화재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진 자료 등이 남아있는 드므와 정전 차양시설 등의 원형을 복원하는 게 시급하다"며 "경기전 창건 600주년을 맞아 단청 보수 등 외향적 정비도 필요하긴 하지만 이들 시설물을 제대로 복원함과 아울러 어진 구본 발굴을 조속히 추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드므와 차양시설 등의 재료와 문양 등에 대해 문화재 심의위원회의 고증작업을 진행해 복원을 추진하겠다"며 "원형시설 복원과 구본 발굴 등은 문화재청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무기자·kim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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