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벗어 던져 버린 연극 무대 한판, 무대 세트도 최소한, 조명도 최대한 줄여 스스로 상상하며 보게 하는 창작 초연 연극 무대가 마련된다.

T.O.D랑(대표 최정)의 두 번째 소리연극 ‘찔레’가 오는 9일 7시 30분과 10일 오후 3시와 오후 7시 창작소극장에서 열린다.

공연에 앞서 지난 2일 창작소극장에서 열린 시연회 자리, 소리의 특성을 살려낸 무대인만큼 관람 전부터 묘한 설레임으로 기대를 모았다. 습관이 무서운 지라 분장을 한 배우의 모습이나 소품의 활용이 거의 없는 무대를 보며 자꾸 뭔가 빠졌다는 느낌으로 한참을 관람하며 보고 있지만 이내 배우의 대사와 동작에 집중되면서 이번 연극 무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일단 소리연극이라고 해서 음악만으로 표현되는 연극도 아니고 낭독연극도 아니다. ‘찔레’는 세트는 네 개의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고 등장하는 4명의 배우가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다.

먼저 극의 시작은 보통의 연극과 비슷하다. 연극의 줄거리는 고물 텔레비전만을 위안으로 삼고 죽은 남편을 담은 배우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늙은 어머니, 영화배우로 잘 나갔던 잠깐의 한때를 잊지 못하고 늘 사소한 거짓말을 일삼는 허세 아들, 그리고 스타의 피앙세로 우아한 삶을 살고 싶어 요란한 화장과 옷에 집착하는 허영 덩어리 그의 동거녀를 주인공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의 일상을 그린 연극이다.

장미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또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우리 곁에 은은한 향을 풍기는 찔레꽃. 우리네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져 있는 노랫말처럼 이 연극이 담아내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평범한 줄거리인 연극이지만 주인공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연기 하지 않고 관객만을 보고 연기한다. 멱살을 잡는 것도 동작만하고 멱살을 잡히는 쪽도 관객만 보고 연기를 한다.

다르다. 이것이 전부냐는 관객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해야하는 연극이다. 장면의 이미지만을 보여주는 연극에서 벗어나 관객이 스스로 머릿속에 이미지를 상상하고 연출해 나가는 연극이다.

임형수 상임연출자는 “이번 소리연극은 대안 연극이다”며 “최소한의 구성으로 스스로 상상하는 힘, 스스로 꿈꾸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보는 습관만이 강해진 현대인들에게 스스로 움직이는 힘을 복원하고자 하는 연극이다”고 설명했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 작품을 보고 난 후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같은 자리에 자면서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동상이몽’이라는 말처럼 같은 연극을 관람하며 서로 다른 상상을 하게 하는 무대이다. /송근영기자․ssong@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