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에서 수십 년 전의 병원 치료비를 뒤늦게 갚는 ‘아름다운 빚 청산’이 이어지면서 주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잇다.

8일 전주예수병원(원장 김민철)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전주시 인후동에 사는 소소한 행색의 안귀열(52)씨가 예수병원 병원장실을 찾았다.

그는 “46년전 어머니(한정임·88세)가 예수병원에서 제 2의 인생을 선물 받은 보답입니다”며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김 원장에게 건넸다.

임실 운암에서 농사일을 하던 한 할머니가 남편 등에 업혀 예수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은 1964년이었다.

당시 병명은 급성 간경화였다. 다행히 병원의 치료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한 할머니는 치료비를 댈 돈이 없었다.

이사정을 알게된 당시 병원장이던 설대위 원장은 환자의 치료비전부를 탕감해줬다. 그때 병원에서는 농촌보건진료 사업을 실시해 진료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안씨는 “그때 진료비가 아마 30만원쯤 된다고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시며 마음에 짐을 갖고 계셨습니다”며 “세월을 감안하면 돈을 더 드려야하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이것밖에 드리지 못해 쑥쓰럽다”고 오히려 부끄러워했다.

앞서 지난 1월에도 70년 전 아버지의 수술비를 갚기 위해 양치곤(70)할아버지가 병원을 직접 찾아 현금 100만원을 내며 “평생 아버지지가 말씀하셨는데 독촉 받는 빚이 아니라며 늦어지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병원장은 “그냥 잊으셔도 될 일을 끝까지 기억하셔서 치료비를 내시는 행동들은 분명 사회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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