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가 앞으로 보름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잠자고 식사하는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로 후보들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그리고 후보못지 않게 혼이 빠질 정도로 바빠진 이들이 있다. 바로 부인들이다. 마치 ‘내조의 여왕’을 뽑는 각축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부인들의 내조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이색대결(?)’이 있다. 교사출신 부인들이 맞붙은 도지사선거다. 중학교 교사 출신인 김완주 후보의 부인 김정자(60)씨와 고교 교사출신인 정운천 후보의 부인 최경선(50)씨. 이들은 남편을 위해 평생을 천직으로 여겼던 교직생활을 과감히 접었다. 때론 제자들이 보고 싶고, 교편생활이 그릴 울 때도 있지만, 남편을 위한 선거운동을 통해 사회 곳곳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미처 강단에서 알지 못했던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것으로 큰 위안과 행복을 얻는다는 이들이다.

한나라당 정운천 후보 부인 최경선씨
“너무 오랜세월 동안 학교에만 있다보니 처음에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너무 어색했고, 뭐라고 불러야 할 지 조차 잘 모르겠더라구요. 하지만 한 표를 얻기위해 나서는 ‘후보부인’이 아니라 ‘딸처럼 엄마처럼’ 대하니까 많은 분들이 보듬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힘이 납니다.”
지역민심상 결코 쉽지 않은 싸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인당수’에 몸을 내던지는 ‘심청이’의 마음으로 내린 결단이었다. 무엇보다 너무나 좋아해서 선택한 길이었고, 그래서 27년간이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던 교직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데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결단을 내리기 까지는 남편인 정운천 후보의 영향이 컸다. 어려운 싸움이 될 거라는 걸 알고도 ‘고향발전을 위해 뭔가를 해보겠다’는 남편의 선택을 존중했고, 아내로서 힘을 보태고 싶었다.
“일부 언론에서 제게 ‘심청이’라는 타이틀을 부쳐주더군요. 과분한 ‘별칭’ 같아요.(웃음). 사실 심청이와 같은 마음으로 내린 결단이긴 했지만요”.
“선거운동을 선거운동으로 생각하면 힘들다”는 최 여사는 어르신들은 만나면 ‘엄마, 엄마’라고 살갑게 다가서고, 젊은 층을 만나면 ‘엄마’의 마음으로 대한다. 그래선지 처음엔 낯설게 받아들였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부터 진심을 읽고 알아주는 듯 하다고 말하는 그녀다.
최 여사는 아침 6시에 집에서 출발해 밤 10시가 다 돼서야 귀가한다. 주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농민들과 나이드신 어르신들을 자주 만나고 다닌다. 12일 이날도 최여사는 완주군 구이면에 있는 한 마을회관을 찾아가 농사일에 지친 나이드신 노인분들의 피부마사지와 족마사지를 직접 해주며 정감어린 담소를 나눴다.
‘엄마’ 라고 부르며 손을 꼬옥 잡을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는 최여사는 때때로 학교가 그리울 때마다 이 순간의 행복에 큰 위안을 삼는단다.
최여사는 농촌지역과 노인 병원, 무료 급식소 등 소외 계층을 주로 찾아다니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선거때만 이렇게 잘해주러 온다󰡑는 핀잔을 들을 때도 있지만 “당선되지 않더라도 힘이 닿는 한 지역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사실 최여사는 선거가 끝나더라도 남편과는 별개로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난독증 치료와 음식과 건강에 대한 전문지식이 해박한 최 여사는 선거 이후 다양한 강연 기회를 통해 자신의 지식을 실천해 옮기겠다는 야무진 계획도 세웠다.
최 여사는 “한표한표에 연연해 표를 따라가는 선거운동이 아닌 도민 한분한분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며 “전북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는 남편에게 작으나마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여사는 성신여대 교육학과를 나와 서울 명일·경기여고, 자양고, 로봇고 등에서 재직해왔다. /김은숙 기자myiope@

“사회 곳곳에서 생활하는 많은 분들의 생활터전에서 허심탄회하게 속사정을 나누는 것이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때로는 남편인 김완주 후보에게 섭섭한 점을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러면서 하나하나 배우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남편을 도와 선거현장을 누비고 다닌 지 벌써 네 번째. 선거내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이젠 프로가 돼버린 민주당 김완주 후보 부인 김정자(60)씨.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다른 후보나 부인들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지만 김 여사의 활동은 평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평소에도 주로 봉사활동 위주로 일정을 진행한 것처럼 선거기간에도 그 ‘일상’에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 다만 이제는 도지사가 아닌 후보자격으로서 공식행사가 아닌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 12일 이날도 김 여사는 부안군 변산농협 농산물 집하장에서 열린 어르신 경로위안 잔치에 참석해 급식 봉사활동을 펼쳤다.
남편에게서 남편의 역할을 포기(?)한지 오래됐다는 김 여사는 “책임이 막중한 자리에 있다 보니 가정적이고 자상한 남편이나 아버지의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몇 년 만에 갖게 된 여름휴가를 도청에서 걸려온 전화한 통에 달려갈 만큼 일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남편을 볼 때마다 혼자 감탄하면서 그런 열정을 응원하게 된다”고 귀띔한다.
김 여사는 평소 자원봉사활동에 무척 관심이 많다. 이제는 마감했지만 교직생활을 하면서부터 몸에 뱐 ‘병이라면 병’이다. 부안 백산중학교와 전주 해성중학교 등에서 학생을 가르친 김 여사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박봉을 털어 수업료를 대신 내주기도 할 정도로 불우이웃돕기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
“자원봉사자는 제 ‘비공식 직업’이나 다름없어요(웃음). 오랜 자원봉사 활동에서 얻은 생각과 혜안들을 남편에게 곧잘 전달하는 편인데 어린이보육시설 영양맘 파견사업이나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사업들을 제안한 적도 있어요, 어느 날 다시 현장에 가보니 시행을 하고 있어서 무척 큰 보람을 느꼈어요”.
내조비법에 대해 묻자 “아침마다 남편의 손을 잡고 환하게 한 번 웃어주는 일”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우리 10초만 보고 웃어요”라고 애교섞인 아침인사를 한단다.
물론 신문과 뉴스 모니터는 내조의 기본이다. 틈나는 대로 신문과 잡지를 꼼꼼하게 챙겨보고, 방송 뉴스를 모니터해서 정보와 함께 나름의 생각을 조언하기도 한다. 또 일에만 빠져있는 남편을 구제하기 위해 가끔씩 유행어나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 인기가수들을 챙겨서 알려주기도 한단다.
“ ‘소녀시대’나 인기있는 드라마, 유행어들을 자녀들에게 물어봐서 일부러 알려주기도 해요. 사람들을 만날 때나 청중들 앞에서 적절히 활용할 때를 보면 흐뭇해요(웃음)”.
도민들에게 너무 낯익으면서도 아직은 낯설기도 한 김 후보를 위해 그녀는 “선거를 치르는 게 벌써 횟수로 네 번 째인데 항상 도민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으로, 빚진 마음을 잊지 않겠다”며 “언제나 열정이넘치는 남편이 더 잘하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내조하겠다”고 말한다.
한편 김 여사는 전주여고와 숙명여대 거쳐 부안백산중과 전주해성중학교 교사 등으로 재직했다./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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