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들의 평결을 받아들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지난 14일 오후 9시 전주지법 제 2형사법정. 평소 알고 지내던 식당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강간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탈북자 임모(46)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선고가 내려지자 임씨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기쁨이 교차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재판은 피해자 A(50·여)씨 등 증인심문과 배심원 평결 등을 거치면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이번 재판은 탈북자가 성폭행사건을 저질렀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는 내용 때문에 이목을 끌었다.

임씨는 지난해 9월 26일 오후 10시께 완주군 삼례읍 A(50·여)씨의 식당에서 술에 취해 A씨를 위협,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임씨는 또 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자신의 집에 항의하러 찾아온 A씨의 사위 2명을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임씨는 범행 당일 식당 내실에서 A씨를 성폭행 하려다 벗어놓은 바지와 속옷을 A씨가 들고 가 미수에 그쳤다고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밝혔었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증인심문에서 피해자와 주변인들의 증언은 번복되기 일쑤였고 배심원들과 재판부는 점점 공소사실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심지어 한 배심원은 피해자 A씨의 증언에 대해 “피고인의 바지와 속옷을 누가 벗겼고 왜 가져갔느냐”며 재판부를 통해 질문하는 등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피해자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고 결국 배심원 7명은 모두 무죄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 역시 피해자의 진술이 번복되고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배심원들은 사위들을 폭행한 부분에 대해서도 정당방위라며 무죄평결을 내렸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인정한 점을 감안, 상해혐의만 인정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임씨는 “남한에 아는 사람은 물론이고 의지할 사람도 없어 A씨와 친하게 지냈는데 강간미수로 몰 줄 몰랐다. 정말 아무 짓도 안했다. 억울하고 부끄럽기만 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07년 가족을 놔두고 탈북한 그는 남한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술에 취해 난동을 피웠고 재물손괴로 벌금 50만원형까지 받았다. 용접회사에 취직해 용접공으로 성실히 남한에서 새로운 삶을 살며, 통일이 돼 가족을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던 그에게 강간혐의는 날벼락같은 소리였다.

그는 “남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도 되는 건가”라고 되묻고 “그래도 죄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준 재판부와 배심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씨와 상의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게 된 담당 변호사는 “A씨와 임씨가 돈 거래가 약간 있었고 합의금조로 돈을 요구하기 위해 이 같은 누명을 씌운 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설명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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