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를 1개월 가량 앞두고 산지 쌀값이 하락하고 있다. 쌀이 본격적으로 수확되는 시기에도 2009년산 재고쌀이 창고 안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양곡저장업체 등이 투매가 성행하면서 쌀값이 12만원대를 형성했다. 일부 지역은 11만원대까지 떨어지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햅쌀이 출하되는 다음 달부터 내리막 길은 더더욱 가파를 것이라는 우려다.

▲ 연속된 쌀 농사 풍작 = 쌀 농사의 거듭되는 풍작으로 공급량은 크게 늘었지만 소비량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재고량이 넘쳐나는 악순환이 연속되고 있다.

도내 농협과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에 보관돼 있는 2009년산 재고량은 11만8000톤에 달하며 2007년도 풍작으로 재고물량이 넘쳐났던 2008년 보다 1만8000톤이 늘었다. 정부 차원의 쌀 수매에도 불구하고 쌀값은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올해 대풍이 예상되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전북지역 산지 쌀값은 현재 1가마(80Kg)당 12만8000원대를 형성, 전년도 비슷한 시기의 15만7000원대 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에 올해 쌀 농사에 적합한 기상상태를 보이고 있어 태풍 등 이변이 없다면 지난해 수준의 대풍이 예상되고 있다. 도내 쌀 재배는 4000ha(3.2%)가 넘는 면적이 줄었음에도 지난해 79만7850톤 보다 2.4%(1만9144톤) 줄어든 77만8706톤이 생산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도는 이에 따라 쌀 수급안정을 위한 벼 매입자금 지원을 비롯한 쌀값 안정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벼 매입자금 1000억원 지원을 위한 이차보전금과 쌀 가공업체 육성, 창고시설 개보수 등에 도비 27억원을 포함해 총 91억원을 추경을 통해 확보, 지원키로 했다. 또 쌀 소비를 위한 범도민적 분위기 확산에도 집중키로 했다.

▲ 공급 줄이고 수요 늘리는 근본적 대책 절실 = 그러나 쌀값 하락 속에 대풍을 앞두고 또 다시 불어 닥칠 쌀 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종합대책이 요구된다.

매번 쌀 수급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놓는 수매대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당장은 시장격리를 위한 대책이 특효약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북지원을 포함한 적극적 해외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쌀 목표가격을 장기간 고정시키고 세계무역기구(WTO)의 감축대상보조(AMS)의 범위 내에서 고정직불제를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정책적 개발 등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여기다 지난 2005년 대풍 당시 농협을 통해 실시했던 차액수매 실시 및 공공비축물량 확대와 휴경년제 도입 등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공급량을 줄이는 방안으로 벼의 대체작물 재배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의 경우 정부 차원의 시책이 농가들의 영농계획이 마무리된 이후인 4월에 발표되면서 당초 목표량인 4511ha의 절반도 안되는 2028ha만이 타 작물을 재배하게 됐지만 이로 인해 쌀 1만460톤의 생산량 감축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게 친환경 및 고품질 쌀 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가운데 도민들 스스로가 서구화되고 있는 식습관을 개선하고 쌀 소비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전북 쌀 팔아주기’에 동참도 필요하다.

한편 도 관계자는 “쌀 수급안정 대책을 자체적으로 마련은 했지만 식량정책은 지방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 면서 “앞으로 중앙정부의 대책 추진상황을 살피며 농업인과 농협 등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수확기 대비 쌀 소비확대 및 수급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준일기자·ghksr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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