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여러 공장에서 무를 사러 다니는 시긴데 한명도 오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작황이 좋으면 몇 십 퍼센트는 기본으로 감량해서 죽이고 나쁘면 담합해 가격을 책정해 죽이고 있으니 농민들은 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

배추, 무 등 채소가격이 전반적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1차 생산자인 농민들은 정작 가격 인상에 따른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격 책정권을 쥐고 있는 중간 도매상들은 이같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은채 가격담함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익산시 삼기면에서 단무지용 무를 재배하는 농민 소모(57)씨는 며칠 후면 수확을 앞둔 무밭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소씨에 따르면 ‘단무지 공장’에서 올해 책정한 무값은 1관(4kg)에 지난해(680~700원)에서 100원 가량 오른 800원이다. 하지만 이런 가격 책정에 단무지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올해는 기상조건이 나빠 다른 해에 비해 생산량도 50%가량 줄고, 씨앗값이 2배 이상 오르는 등 생산비는 30~40% 인상됐다. 더구나 배추값 폭등으로 인해 김치를 대신할 작목인 무값도 배추값 못지않게 인상돼 그 가격 인상분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국 곳곳의 단무지 공장들은 "관당 800원 이상은 쳐줄 수 없다"며 완강하게 버티고 있어 가격 담합 의혹을 사고 있다.

한 농가에 따르면 A업체에서 800원 이상 가격을 쳐주기 어렵다며 이건 모든 공장이 같은 입장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소씨는 “올해도 계약할 때는 680~700원으로 한 것이 사실이지만 시세가 이렇게 달라졌는데 어떻게 똑같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느냐”며 “정부와 계약한 군납도 3,000원으로 시세를 반영해 인상해줬는데 이렇게 가격을 담합시키면 농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분개했다.

이처럼 전국 대부분의 공장에서 800원 밖에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하자 농가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10여일 후면 무를 수확해야 하지만 농민들은 이 가격대에 출하를 해야할지 말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수확이 늦어지면 좀 더 싼 가격에 넘길 수밖에 없는 농민에게 800원으로 책정된 가격을 통보한 것은 수확하기 10여일 전인 10월말 경이여서 농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소씨는 “아무리 낮은 가격에 판다고 해도 1,000~1,200원선은 받아야 한다”며 “지난해 작황이 좋을 때는 30~40%를 감량해서 가격을 매기고, 나쁠 때는 담합해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전국 단무지 공장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박세린기자‧ice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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