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기획 2=농민들 체감>

김장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다 일단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산지 농민들은 올라도 ‘울상’, 내려도 ‘한숨’이다. 소비자가격이 급등해도 산지가격은 배추 포기당 300~400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올해는 이른 한파 등으로 농민들이 체감하는 작황은 좋지 않아 이 가격조차도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알려져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도내 배추 작황 및 예상 수확량= 3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올해 김장 배추의 작황 상태는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다. 전북도의 배추 농가수는 3만 8,212 농가. 그 중 고창 지역이 배추 농가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고창 지역에서 면적이 3.1% 정도 줄었기 때문에 약간의 생산량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북도는 작황 상태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배추값이 폭등하거나 폭락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산지 농민들의 수확량 예상은 행정기관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도가 배추값 폭등 등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반면 농민들은 작황 상태 악화로 폭등을 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제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이현민(40‧김제시 황산면)씨는 “사실 정부에서는 작황이 좋다고 하지만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 바람에 실제로는 배추가 얼어붙고 있다”며 “갑자기 작황상태가 안 좋아져 배추값이 오를 것도 같지만 가격이 인상돼도 출하가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농민 체감 김장물가 ‘바닥’=실제 3일 기자가 찾아 나선 김제시 청하면 배추 농가에 따르면 올해 배추(1포기) 가격은 적으면 200원에서 많아도 500원에 출하할 예정이다. 배추 값 책정 수준은 도내 다른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아 배추 가격이 아무리 인상 되도 농민들에게 주어지는 몫은 변함이 없다는 것.
배추값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정작 배추농민들은 가격이 인상 되도 인하 되도 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작황 상태가 좋지 않고 인권비 등 전반적인 재료비가 인상돼 더욱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농민 김지수(42‧김제시)씨는 “갑자기 배추값이 떨어지면서 산지 값도 더 떨어질까 걱정이다”며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가격이 올라도 우리는 늘 같은 값에 배추를 넘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그나마 계약 재배가 아닌 직접 농사를 짓는 농가는 상황이 나은 편. 이들은 500원으로 출하하지만, 계약 재배 농가의 경우는 최고치로 받아도 400원 이상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9월 말 배추가격이 8,000원대로 치솟았을 때도 지금도 똑같은 400원~500원으로 납품한 것이다.
작황이 좋을 때는 출하양이 많아 이윤이라도 조금 남지만, 올해같이 작황이 나쁠 때는 출하하는 배추의 양이 적어 이윤이 거의 남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등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있다.
배추농사를 짓는 박상열(51‧김제시 청하면)씨는 “지난해에는 500원정도 거래 했는데 올해는 그 정도도 못 받을 것 같다”며 “올해는 날씨가 일찍 추워지고 작황상태도 좋지 않아서 안 그래도 걱정인데, 배추값을 더 떨어뜨리면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박세린기자‧ice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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