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농비어천가 = 무풍 미항마을 강우석 이장
늦가을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11월의 늦은 오후 찾아간 곳은 무주군 무풍면의 탑푸르트 사과단지로 유명한 미항마을. 자그마한 농촌마을 이지만 주변 사과밭이며 잘 정돈된 밭고랑이 부지런하고 여유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마을 어귀 골목길을 20여미터 걸어 들어간 1층 주택 “안녕 하세요”인사를 하며 마당을 들어서니 가족으로 보이는 노부부와 젊은부부 넷이서 절인배추를 열심히 상자에 담다말고 환하게 웃으며 맞아준다. “김장을 담으시는가 보죠”라는 인사말에 “아니예요 저희 밭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를 절여서 도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위해 포장하는 중이예요”올해 처음 시작한 절임배추 직거래판매가 벌써 3,000포기 이상 주문이 들어와 물량 맞춰내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도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강우석(44세)씨와 첫 만남이다. 고향인 이곳 무풍에서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시로 나갔다는 강우석 씨가 그동안 생활하던 경기도 일산을 떠나 고향인 이 곳 무풍으로 돌아온 것은 3년 전인 2006년 10월. 배운 기술은 냉동기계를 만들고 고치는 기술뿐, 비록 시골이 고향 이었지만 농사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강 씨가 고향으로 돌아온 건 그냥 고향이 그리웠고 돌아오고 싶었단다. 시골생활 이라고는 해보지 않았던 아내 박은주 씨와 지금은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에 다니고 있는 두 딸과 다섯 살인 막내딸까지 이렇게 다섯식구의 시골생활은 준비도 없이 그렇게 시작 되었다고 했다. 물론, 고향에는 부모님이 살고 계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내 박은주씨와 아이들에게는 괜한 고생을 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강우석 씨.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농사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탓에 처음엔 남모르는 고생도 많았다고 웃으며 얘기를 한다. 하지만 귀농이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저는 부모님 덕분에 바로 사과와 포도농사에 뛰어들어 땀 흘려 수확한 사과와 포도 전량을 도시의 지인들과 먹어본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직거래로 판매를 하고 있지만 주변에 귀농을 했다가 1년 만에 떠나는 분들도 몇 분 봤다”며 귀농이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귀농을 해서 생활하면서 가장 아쉽고 절실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흔히들 자녀교육을 가장 걱정을 하는데 제가 생각할 때 오히려 아이들에게 어린시절 시골생활은 성장하면서 바른 정서와 꿈을 키울 수 있어 큰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아이들의 교육적인 측면 보다 오히려 귀농인을 위한 정보와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철저한 준비없이 무작정 귀농을 하면 과수원을 가꾸고 저녁이면 쏟아지는 별빛아래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 전원생활을 꿈꾸고 찾아온 귀농인들 에게 오히려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것이 귀농입니다. 이유는 바로 지자체의 현실적인 지원정책의 부재와 관련 교육프로그램, 그에 따른 자료가 없다는 겁니다. 이웃 진안이나 장수군만 해도 귀농인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나름 준비되어 있고 또 귀농인들 간의 정보교류를 위한 네트워크가 형성이 되어 있어 서로모여 의지하고 도울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도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무주는 그런 정책이 있는지 제가 혹, 모르고 있는지 모르지만 사실 그런 부분들이 많이 아쉬웠어요”라며 무주군의 귀농정책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그러면 무주군 귀농정책에 대하여 바라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무주군이 귀농인을 위해 준비해둔 귀농자금이 있는지 모르지만 만약 귀농자금을 줘서 귀농을 신청한 사람이 돈부터 손에 쥔다면 무엇부터 시작할 것 같습니까? 땅 사고 농기계 구입하고... 그다음은요? 농사지어 수확해서 돈이 생길 때 까지 어떻게 생활하나요? 분명 실패로 끝이 나죠 무조건적인 지원 보다는 본인이 확신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참여하게 하고 정당한 귀농계획서를 제출하면 그때 가서 지원을 하는 것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며 성공귀농인 답게 말했다. 또한“ 무조건 귀농인에 중점을 두는 것 보다 다양한 형태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정착하도록 배려하고 지원해 주는 것이 오히려 무주군의 인구증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에 따르는 자녀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문화적 수준차이를 줄이는 것도 지자체가 준비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강우석 씨는 젊은 사람들이 적은관계로 귀농 3년차 이지만 고향 미항마을의 이장을 맡아서 크고 작은 마을일들을 도맡아서 처리한다고 한다. 마침 찾아간 날은 무주 무풍면의 토비스콘도에서 며칠동안 교육을 받고 방금 막 집에 와서 배추절임 포장일을 도와주고 있었으며 또, 오늘은 경남 거창의 고제면과 경북김천의 대덕면 그리고 무주 무풍면, 3도 인근 면의 이장부부들이 일년에 한번씩 지역을 돌아가며 모여서 화합을 다지는 날이라 빨리 절임배추 포장을 끝내놓고 거창군 고제면으로 가야한다며 손놀림이 바빠졌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신다면? “무주 무풍은 반딧불사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곳이 고랭지인 관계로 늦 포도인 세레단을 본격적으로 재배하고 싶습니다. 현재 시범적으로 재배를 하고 있는데 포도가 당도도 뛰어나고 품질 면에서도 월등해 이번 무풍사과 축제에서 제가 재배한 세레단이 관광객들이 맛있다며 너도 나도 사가는 바람에 일찌감치 동이 나는 것을 보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최고품질의 사과생산지에서 생산되는 세레단포도, 어째 괜찮은 것 같지 않나요? 제가 예전에 고향에서 생활할 때 보다 겨울추위도 예전처럼 매섭지가 않고 전체적인 기온이 올라갔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면 농사도 날씨에 맞게 지어야 남들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강우석 씨에게 옆에서 차를 내어주고 듣고만 있던 부인 박은주 씨가“시골에 내려오니 도시에 있을 때 보다 아이들과 자주 놀아주고 항상 같이 있을 수 있어서 그것은 참 좋네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나에게 “이 가족은 귀농을 평범함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따뜻했던 찻잔이 식어질 무렵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오히려 무주군의 귀농정책이 이장님을 찾아와 한 수 배우고 가야겠습니다.”고 말하며 다시 찾아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 나오는 길에 이미 해는 서산 중턱에 걸려 있었다. 이번 귀농인 취재를 하며 조사한 무주군 귀농정책과 관련하여 무주군 농업기술센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무주군에 신고, 접수된 귀농인 수는 2004년 3농가를 시작으로 2010년 10월 현재 접수된 14농가를 포함, 총 103농가이지만 실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지 또는 무주를 떠났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00년 이후 귀농정책(지원 등) 관련 예산 규모는 2008년 교육훈련비 3 백만원 및 귀농인 단체 지원금 30 만원, 농가주택수리비 지원으로 4 백만원을 비롯하여 2010년 현재까지 1억 8천 여 만원이 지원 되었다. 이런 모든 사항들을 종합해 보면 실제로 귀농을 꿈꾸거나 실천하고 있는 귀농인 들에게 어쩌면 귀농이라는 단어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농촌인구를 늘리기 위한 사기그릇의 포장지와도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귀농정책은 귀농자 개인에게 지원하는 정책보다는 귀농인들이 귀농하여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마련을 위한 정책을 우선으로 추진해야 하며 그 일환으로 귀농인들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사업의 확대와, 귀농인 관련 단체의 지원 등을 확대하여 귀농인 들이 정보교류와 협력 등을 통해 스스로 자립하는것이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관계부서에 던져본다. /무주=김국진기자 ᠊ kimdan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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