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걱정, 추워도 걱정…시장사람들의 삶은 왜이리 고달픈지….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누가 재래시장을 찾겠수? 따뜻하고 편리한 대형마트로 다 몰려가지. 날도 추운데 마음도 더 춥고만요”

체감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7일 오후에 찾은 중앙시장에서 만난 채소가게 유진순(64)씨는 “기온이 뚝 떨어지는 오늘 같은 추운날씨가 참 원망스럽다”며 “요즘은 새벽시장이나 낮 시간할 것 없이 사람이 없어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이날 찾은 중앙시장은 ‘한산’ 그 자체였다. 난로에 불을 쬐는 상인들을 제외하고는 장을 보러온 손님들은 거의 드물었다. 간간이 부스형 상점 등을 찾아 가격을 묻는 손님들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지갑은 열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재래시장 매출이 크게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전주시내 재래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50% 가량 줄었다. 날씨가 추워지고 눈 등이 내리는 겨울철에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SSM이나 대형마트 등이 골목상권을 침투하면 재래시장 상인들의 겨울나기는 더욱 버거워졌다.

“20년째 채소를 팔고 있지만 해마다 사가는 사람이 점점 더 없어지고 있어, 이맘때만 겨되면 안 그래도 추워서 허리도 제대로 못 피고 앉는데 찾아오는 사람도 하루에 많아야 10명도 안돼서 더 추워. 먹고살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거지”.

남부시장에서 만난 70대 상인인 김순례(70) 할머니는 “추운 날씨에 온종일 앉아있어도 손에 쥐는 건 고작 1~2만원에 불과하다”며 기자의 손을 꼭 잡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재래시장도 사람이 없는 건 마찬가지. 특히 김장 시즌에 그나마 있던 손님도 발길이 ‘뚝’ 끊겼다.

중앙시장에서 생선을 판매하는 상인 김원상(43)씨는 “예전에는 새벽시장이라 하면 싱싱하다고 손님들이 몰려와 아침 8시 정도면 거의 다 팔았었지만, 요즘은 새벽부터 팔고 있는 생선을 오전 내내 팔고 있다”며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길수록 정말 속상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품질과 가격, 편의성을 따져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을 원망할 수도 없는 일이다. 주부 김모(37·전주시 중화산동)씨는 “요즘처럼 차가운 날씨에 누가 재래시장을 기겠느냐”며 “재래시장 물건 가격이 아무리 싸고 좋다고 해도 추위를 견디며 장을 볼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부시장 번영회 관계자는 “그나마 11월 말까지는 김장철을 맞아 손님들이 좀 있었지만,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한파가 시작되면서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우리지역 밑바닥 경제를 살리자는 마음가짐으로 좀 춥더라도 많은 시민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박세린 기자 ice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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