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채소값 등의 가격 폭락에 이어 재해와 불량종자 피해까지 농·축산 농가들이 대재앙 수준의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2009년산 구곡쌀 방출계획까지 내놓자 농민들은 생산원가도 못 건지는 현실을 규탄하며 극도의 반발을 보이고 있다.
 21일 전북도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 배추와 무 양파 등 주요 채소값이 전년 및 평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배추는 시설 및 노지봄배추 재배면적과 단수 증가로 인한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전년·평년 동기 대비 각각 47.2%와 59.6% 수준이다. 무도 전년·평년동기 대비 각각 62.8%와 83.6% 수준이여 양파 역시 전년 ·평년동기 대비 각각 73.2%와 82.9% 수준이다.
 농가들은 여기에 올 들어 발생한 이상저온으로 막대한 재해피해까지 더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기도 하다.
 밀의 경우 3월 하순 -3℃이하의 냉해가 계속되면서 전체 재배면적 5535ha의 60% 수준인 3313ha의 피해가 발생, 40~50%까지의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사과와 배 복숭아 등 과수농가에도 1~2월 이상한파로 꽃눈 형성 및 착과 불량 발생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규모는 전체 재배면적(6622ha)의 3% 수준인 224ha에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일에는 우박까지 내리면서 장수와 남원의 사과농가 33ha에 추가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 보급종 볍씨까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남원 운광과 정읍 호품, 익산과 군산의 신동진, 고창 온누리 등 500농가에 보급된 78톤의 2010년산 볍시 보급종에서 발아 지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축산농가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구제역 피해의 여파로 소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급기야는 생산원가의 86% 수준까지 폭락하면서 키울수록 손해보는 형국으로까지 치달아가고 있다.
 이같은 총체적인 난국 속에서 정부가 소비자물가 안정을 명분삼아 2009년산 구곡쌀 6만6000톤을 방출한다는 계획까지 발표하자 농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쌀값이 전년보다 오르긴 했지만 겨우 평년수준을 회복 중인데다 생산비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와 관련해 도내 농민단체인 전농 전북도연맹과 전여농 전북연합은 21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하여 농민들은 마음졸이기 십상인데 정부는 안정적인 수급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가격이 오르면 농산물을 수입하고 가격이 폭락하면 자식같이 키운 농산물을 산지 농민이 아무런 보상도 없이 갈아엎어 폐기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면서 “값이 오르면 물량을 늘리면 되고 값이 내려가면 물량을 줄이면 된다는 논리로 농민들에게 생산물량 조절의 책임까지 떠넘기고 이후 가격파동으로 힘들어하는 농민들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농민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정부의 비축미 반값 공급정책은 물론 한우 및 수입돼지 반값 공급, 신선식품 수입 등의 정부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단체들은 이같은 정부의 정책에 반발해 21일 오후 쌍치면 농가에서 배추값 폭락에 따른 항의로 배추밭을 갈아엎은데 이어 23일부터 25일에는 김제와 정읍 밀 피해 농가에서 또 한차례의 갈아엎기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박은영기자·zzu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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