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환하게 밝혀주는 이가 있다.
순창읍 순화리에서 한일연탄을 운영하고 있는 양종환(65)씨가 바로 그 주인공. 40년째 연탄가게를 운영한다는 그는 2남 1녀를 모두 반듯하게 키워내고 지금은 건강원도 운영하며, 한가한 여름이면 오디와 농사일까지 하는 성실한 농사꾼이기도 하다.
9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하루 평균 1000장을 배달한다는 양씨는 전체 400가구를 상대하며 하루에 2~3가구에 연탄을 배달한다. 양씨는 기름값이 오른 몇 년전부터는 오히려 연탄배달이 늘어 일이 더 많아졌다고 말하며, 일반 상가도 기름값이 비싸 연탄난로를 사용하고 있고, 일반 가정에서는 주로 서민들이 연탄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또 겨울이면 봉사의 손길이 있어 추운 겨울을 연탄만큼 따뜻하게 해준다며, 올해도 순창라이온스클럽에서 연탄 6600장을, 전주향우회에서 6600장, 순창한전지점에서 3000장, 순창자원봉사종합센터에서 3000장 등 각종 기관 단체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을 기증하는 것을 볼 때 각박하긴 하지만 아직은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돈이 없어 연탄불도 못피우고 추운데서 겨울을 나는 노인들도 있었는데 요즘은 정부에서나 민간단체에서나 도움의 손길이 많아져 기름이나 연탄이 없어 불을 못때는 사람들이 없다. 그만큼 복지가 잘 된 따뜻한 사회가 되었다”면서 “나이가 들면서 배달이 힘들기도 하지만 연탄으로 어르신들이 겨울내내 따뜻하게 지낼 생각을 하면 보람이 느껴진다. 특히 할머니들이 추운데 고생한다며,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열심히 배달한다고 격려해줄때 힘이 난다”고 말했다.
구림이 고향인 양씨는 월남서 2년을 지내고, 서울과 부산, 제주도 등 전국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며 살았으나, 아픈 아버지 대신 장남인 자신이 고향에 내려와 어머니를 보살펴야 했다. 순창으로 내려와 이것저것 다해보다가 소자본으로 가능한 연탄배달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해 견고하게 잘 만들어졌지만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금이 가고 파손된 연탄이 많아 배달하기가 힘들었으며, 지금은 트럭으로 배달하지만 예전엔 손수레로 배달을 다니다 보면 꽁꽁 얼어있는 언덕을 올라가다 구르기를 몇 번, 연탄은 다 깨져버려 다시 배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애들이 속 안썩이고 열심히 살아준 것이 가장 기쁘고, 연탄으로 따숩게 겨울을 지내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배달하는 것이 하나도 안힘든다”고 말하는 그는 젊은 세월을 같이 보낸 연탄을 들어올리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순창=이홍식 기자. hslee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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