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본 18세기 동서양의 풍경을 조명하는 학술발표회가 한국18세기학회(회장 안대회) 주관으로 지난 19일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맛의 기원: 혀끝의 인문학’이란 제목으로 시작하는 장기 프로젝트의 첫 모임으로 모두 7명의 발표자와 4명의 토론자가 흥미롭고 자유로운 접근방식으로 활발하게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 자리에서 18세기 영조의 입맛을 통해 본 ‘순창 고추장’이라는 주제로 서울대 국문학과 정병설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정교수는 임금은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 새로운 음식을 누구보다 앞서 접했던 인물로, 임금이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는 조선 음식문화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하나의 관건이라고 피력했다.
또, 승정원일기를 통해 본 영조는 미약한 식성을 지녔지만 순창 조씨 조종부의 집에서 담근 고추장을 매우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아마 식욕이 없던 영조에게 잃어버린 입맛을 찾는데 고추장 만한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교수는 또 18세기 초 어의인 이시필이 쓴 소문사설에 순창고추장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며, 조선에서 순창이 매운 맛의 명성과 함께 18세기 조선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고 덧붙였다.
순창의 특산물인 고추장은 일제강점기 이후 각종 문헌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해동죽지에서 고추장은 순창의 명물이라면서 그 향미를 소개한 후 순창사람이 서울에 와서 만들었더니 그맛이 순창에서 만든 것만 못했다고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교수는 이처럼 18세기 조선은 점차 매운맛에 중독되어갔던 시대로, 새로운 맛의 개척자인 고추장은 조선을 매운맛과 단맛의 세계로 이끌었고, 고추장 맛은 18세기 조선의 문화적 풍요를 보여주는 하나의 식품으로 순창이 그 중심에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창=이홍식 기자. hslee18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