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6년 부처님오신날을 나흘 앞둔 24일 오전, 완주 송광사에서 도영(72) 큰스님을 만났다. 칠순이 넘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꼿꼿한 몸태와 외양이 인상적이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에는 지혜의 빛이 가득했다.
스님은 최근의 조계종 사태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부처님이 오신 뜻을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인터뷰에 응한 것이니 그 얘기를 하자고 했다. 다만 초파일이 지나고 나면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총무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차를 권하던 스님은 방안에 걸린 액자를 가리키며, ‘知足常樂(지족상락) 能忍自安(능인자안)’ 문구를 적어가라고 했다. 이곳이 약사전이니 차를 마시며 좋은 얘기 많이 해서 마음을 바꾸게 하면 ‘마음의 병’을 낫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음은 도영 큰스님과의 일문일답이다.

­ 2556주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았습니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참 뜻은 무엇입니까?
불교는 ‘모든 생명체는 불성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른 종교와는 다른 불교만의 가치죠. 부처님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셨습니다. 모든 중생이 고통속에 있으니 내가 그들을 편안케 하리라. 행복한 삶, 지혜로운 삶의 길잡이를 자처하시며 45년을 설법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내 마음에 있는 본래의 청정했던 본성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지요. 탐욕, 화, 어리석은 생각, 교만심, 의심, 악연심, 대립과 갈등. 이런 것들을 바꿔서 초심으로 살아가자는 뜻입니다. 부처님은 ‘절대자’가 아니라 ‘선각자’, 즉 먼저 깨달으신 분입니다. 너희도 나와 같이 수행정진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신 겁니다. 불교에는 ‘불이사상(不二思想)’이 있습니다.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니고,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니고, 너와 내가 둘이 아니란 겁니다. 대립과 갈등 속에서 살아가지 말고, 입장을 바꿔서 너와 내가 둘이 아니듯 서로 그렇게 화합하자는 것입니다.

- 올해 부처님오신날 표어가 ‘마음에 평화를, 세상에 행복을’ 입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내가 평안해야 세상에 행복을 줄 수 있습니다. 행복의 조건은 마음을 바꿔먹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어떤 조건을 갖춰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만하면 됐어’하는 긍정적, 낙관적 태도가 중요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남을 원망하는 마음을 갖게 돼 있습니다. ‘지족상락(知足常樂) 능인자안(能忍自安)’. 족한 줄 알았을 때 항상 즐겁게 살고, 참고 인내함으로써 마음이 평안해진다는 뜻입니다.

-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교계가 소란스럽습니다.
‘용사(龍蛇)’가 혼합된 것이 우리 삶입니다. 용은 잘 살지만 뱀은 문제가 많습니다. 적은 뱀이 소란을 일으킨 것인데요, 용이 더 많지 않습니까? 교리를 바탕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결과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지요. 초파일이 지나면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물러나야 한다고 봅니다.

- 요즘 청소년들이 학업이나 입시, 취업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고민이 많습니다. 일부 청소년들은 이런 고민을 못 이겨 자실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요,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청소년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수처작주(隨處作主)요,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곳을 가든 내가 주인이어야 합니다. 남의 정신에, 남의 행동에 끌려 다니는 삶이 아닌 내가 주인으로서 거듭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조건에 흔들리지 말고 학교에서는 학생으로서 학교의 주인이 되고, 집에서는 자녀로서 ‘나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올 오늘이다. 오늘 최선을 다하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다.’ 청소년들이 이 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계획성 있게 열심히 살면 앞으로 70~80년을 편안하게 사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기에 더욱 중요합니다.

- 송광사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는 꽤 유명합니다.
송광사 템플스테이의 주제는 ‘큰 사람 되자’ 입니다. ‘큰 사람’은 ‘우리 함께’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심외무법(心外無法)’. 마음 밖에 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불교를 알면 평생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남을 원망하는 생각을 떨치면 즐거워집니다.

- 송광사는 많은 도민들의 사랑을 받는 도량인데요, 도민들에게도 한 말씀 해 주시지요.
가정의 달 5월에 부처님오신날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뜻에 따라 이웃과 함께 하시면서 미움,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이해하고 용서하는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가 행복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그런 나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불교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음을 바르게 먹었으면 실천해야 합니다. 천번 생각했더라도 한번 행하는 것만 못합니다. 좋은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소문관기자·mk7962@

■ 도영스님은
1941년 부안군 주산면에서 출생했다. 만 19세가 되던 1960년 7월 모악산 금산사로 출가해 득도했다. 이듬해인 1961년 금산사에서 월주 스님을 은사로, 금오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1970년 9월 법주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출가한 이래 금산사 총무와 주지, 종회의원 등을 지내며 삼학을 두루 연찬했고, 해인사 퇴설당, 통도사 극락암 등 제방 선원에서 안거했다. 조계종 총무원 교무부장, 호계원 호계위원등을 지낸 뒤, 2001년에는 조계종 제4대 포교원장을 맡아 군 포교와 포교원 개혁 등에 앞장섰다.
전주교도소 종교위원, 무주 동계U대회 조직위원회 상임고문, 김제 경실련 공동대표,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상임대표 등 사회적 활동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며, 2010년에는 백산장학재단을 설립해 불교장학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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